대학병원 전공의 이철구(가명·33)씨와 학원강사 박수경(가명·28)씨는 2010년 결혼했다. 신부 부모가 예단으로 현금 2억원을 보냈다. 신부 부모는 "이만하면 잘해줬다"고 생각했지만, 신랑 부모는 불만이었다. "처음엔 개업(開業) 자금까지 대주겠다고 하더니…."
결국 결혼한 지 반년 만에 신랑 어머니가 신부 부모에게 '결혼 전 개원 비용을 대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어긴 점을 사과하라'는 글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신부 부모는 딸네 집에 찾아가 신혼집 서랍장에서 신랑에게 준 예물 시계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렸다. 와중에 시댁 제사가 돌아왔다. 신부는 마지못해 시댁에 갔다. 신부 부모는 딸이 걱정돼 밤늦도록 사돈네 집 근처를 배회하다 신랑 부모와 대판 싸웠다. 양가는 결국 이혼 법정에서 만났다. 다소 심각한 사례이긴 하지만 결혼 당사자들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양가 부모가 크게 개입하는 결혼이 나중에 예단문제로 깨질 확률이 더 높다.
가사(家事) 전문 변호사들과 가정문제 상담자들은 "집값과 예단 때문에 극단적인 갈등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가 끼어든 경우"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예단 때문에 이혼한 판례 30건을 분석해보니, 모두 부모가 혼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고순례 변호사는 "부모가 비용을 대고 자식은 당연하게 이를 받아들여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면서 "부모가 혼사를 좌지우지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이혼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입력 2012.07.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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