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관까지 의심해야 할 정치, 철학과 인성교육이 상실된 교육, 부(富)가 편중된 경제를 보면서 외국에 사는 동포들은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그래도 살아있는 언론이 있어 희망을 건다. 조선일보의 '주폭(酒暴) 근절' 시리즈 보도가 그것이다. 이것은 고질적 병폐를 고치는 사회개혁이고 국격(國格)을 세우는 일이다.
안락한 공동생활을 위해 한국의 음주문화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이 대학가의 음주문화이다. 전국의 대학 앞은 술집 천국이다. 물론 미국 대학에도 술 문화는 있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서 술집은 찾을 수 없고 주로 금요일 저녁 친구끼리의 뒤풀이 정도이다. 유흥가로 변한 한국의 대학 앞 풍경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다. 관습에 관대할 시대는 지났다. 우선 공직자들의 폭탄주 습관부터 바꿔야 법집행의 영(令)이 설 것이다.
'주폭' 보도를 보면서 언론의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된 때가 없었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이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될 것으로 믿는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존경을 받게 된 것은 잡지사 여기자 아이다 타벨(Ida Tarbell) 덕분이었다.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의 독점과 그 폐해를 끊임없이 파헤치고 심지어 오너의 개인취향까지 건드리며 괴롭혔다. 그의 비판기사는 지독한 구두쇠 재벌가문이 수많은 자선·의료·교육·예술·연구재단 설립과 심지어 뉴욕시 서민가정의 수도요금까지 지원하게 변화시켰다. 이로써 재벌가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미국의 전통이 세워졌다. 언론이 역할만 제대로 해 준다면 국민은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