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인육(人肉) 먹다 왔지?"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탈북자 A(13)군은 5년 전 같은 반 학생에게 들었던 말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일곱 살 때 한국에 온 A군은 초등학교 입학 후 2년간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처음 입학해서 자기소개를 할 때 "북한에서 왔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A군의 시험 점수가 낮으면 "북한 사람이라서 멍청하다"고 놀림당했고, 화가 나서 따지면 교실에 가둬놓고 창문 틈으로 손가락질하며 웃기도 했다. A군은 작년에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친구들한테 처음부터 아예 중국에서 왔다고 말하지 못한 게 지금도 제일 후회된다"고 말했다.

탈북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심하게 겪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학교 폭력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5년간 탈북 청소년 461명을 대상으로 사회 적응 양상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중 31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이 A군처럼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또래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공격 표적'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번 '북한 애'라고 '낙인'이 찍히면 몇 년간 괴롭힘이 계속됐다.

서울 노원구의 탈북 초등학생 B(12)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같은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시간이 모두 합쳐도 1시간이 안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활발했던 B군을 움츠러들게 한 결정적인 사건은 생일 파티였다. 한국 음식을 할 줄 모르는 B군의 어머니가 생일 파티에 놀러 온 아이들을 위해 순대와 만두 등 북한 음식을 정성껏 차려줬다. 앞에서는 맛있게 먹던 친구들은 다음 날 학교에서 돌변했다. "쟤네 집은 북한 음식 해먹는다"며 놀려댄 것이다. 탈북 후 중국에서 5년간 살다 와 한국말도 서툴렀던 B군은 그날부터 왕따의 표적이 됐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온종일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날도 많았다. B군은 "집에 갈 때마다 외로워서 울었고 학교에선 매일 양호실에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 탈북해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3학년으로 입학했던 C(12)양도 1년 만에 탈북 학생만 다니는 학교로 전학 갔다. C양이 전학 오자마자 바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진 것이다. 북한 소행이 밝혀지면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틈만 나면 "넌 누구 편이냐?" "북한에서 온 간첩" "빨갱이"라며 놀림을 당했다. 신발이 사라지고 가방이 흙 묻은 채로 운동장에서 발견되곤 했다.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포항의 탈북 초등학생 D(13)군은 반에서 키가 가장 작았던 4학년 때 기억을 지우고 싶다. 키가 큰 또래 학생들은 D군만 보면 "북한에서 못 먹어서 저렇게 작다"며 대놓고 툭툭 때렸다. 여자 아이들은 D군을 향해 "옷에 뭐가 묻어 있다" "항상 똑같은 옷만 입는다"고 수군거렸다. D군은 "차라리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학생 461명 중 44.9%가 북한에 대해 "(친구 등이) 그립다"고 답했으며, "행복했다"고 답한 학생도 6.1%였다. 또 24.1%가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답했고, 28.1%가 주변에 친한 친구가 5명 미만이라고 답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심층 면접을 한 탈북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경험을 들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천자토론] 학교 내 따돌림 문제,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