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세미(가명·27)씨는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예비 신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레몬테라스'에서 살다시피 했다. 되도록 간소하게 결혼하고, 꼭 사야 할 물건은 가능하면 저렴하게 사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서씨가 실제로 쓴 돈은 원래 계획을 훌쩍 뛰어넘은 2500만원이었다.

"시댁에 보낼 은수저는 값이 너무 비싸 안 사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다들 해가는 걸 너 혼자 안 해가면 찍힌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샀어요. 웨딩드레스도 패키지로 저렴하게 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평생 한 번인데 화려하게 빛나야 한다'고 해서 결국 계획보다 100만원을 더 썼어요."

취재팀은 예단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 최대 웨딩 서비스 네트워크(예물·예단 전문점들이 가입한 회사) 아이웨딩에 의뢰해 서울 강남·북 예단 시장에서 10년 안팎 사업해온 상인 10명을 추천받았다. 예단 시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아이웨딩 정책에 따라 정찰제를 실시하는 등 상도덕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택했다.

“다들 1캐럿은 하는데…”- 자존심 건드려 서울 강북에 있는 한 호텔 예물숍. 직원이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솔직히 예물·예단 시장을 지탱하는 건 공포와 허영"이라고 했다. 업자들이 "남들은 다 해간다"는 말로 시어머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해 시댁에 보낼 물건을 팔고 "이걸 사면 연예인처럼 빛날 수 있다"는 말로 신부의 허영심을 자극해 하루 호사에 수백만원을 쓰게 한다는 얘기였다.

공포를 자극한다

취재팀이 서울 시내 예물·예단 업체 30곳을 도는 동안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이 물건은 다 해간다"와 "해오지 말란다고 정말 안 해가면 나중에 후회하신다"였다.

"시댁에서 간소하게 해오라고 하셨다고요? 말씀은 다 그렇게 하시죠. 정말 생략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서운해하셔요. 다른 분들도, 시댁에서 하지 말라고 해도 친정어머니들이 다 와서 좋은 걸로 맞춰 가세요. 엄마들은 아니까."(이불 전문 A가게 직원)

"이바지 필요 없다고 하셨다고요? 정말 안 해갔다가 나중에 무슨 말을 들으려고 그러세요? 밑반찬까지 제대로 다 해가세요. 보통 여덟 가지 해가요."(이바지 전문 B가게 주인)

"예단이라는 게 다 예(禮)를 차리자는 건데, 많이 해가는 게 좋죠."(이바지 전문 C가게 주인)

서울 강남에서 20년 넘게 예단 전문점을 운영해온 강희숙(가명·40)씨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하고 나면 며느리가 약자인 게 현실"이라면서 "업자들은 시어머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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