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네 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한 김미영(가명·32)씨는, 시어머니가 "친구 결혼식에 간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시어머니는 남들 결혼식만 다녀오면 예단 얘기를 꺼내며 김씨가 가져온 예단과 시시콜콜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불은 어디서 얼마짜리를 해왔고, 한복은 얼마짜리고, 가방은 무슨 브랜드인데 지난번에 아들 결혼시킨 누구도 그걸 받았다더라…. 이런 식으로 계속 말씀하시는데, 결국 제가 그걸 사왔기를 원하시는 거죠. 억울하죠. 그렇다고 제가 예단을 적게 한 것도 아니거든요."
김씨는 결혼할 때 서울 청담동에서 실크 이불을 구입해 시부모에 선물했다. 인터넷이 훨씬 저렴했지만 시부모가 "인터넷은 못 믿겠다"고 해서 결국 발품 팔아 시부모와 자기 부부 은수저 세트를 샀다. 시어머니 쓰라고 300만원짜리 침대, 200만원짜리 화장대, 가전제품 1000만원어치를 샀다. 시어머니 요구로 가까운 시댁 친척들에게 빠짐없이 옷도 사줬다. 시어머니가 "안 하면 결국 네 얼굴에 먹칠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들어간 돈이 총 6000만원이다. 김씨가 꼼짝 못하고 이 돈을 낸 이유가 뭘까? 김씨는 "시댁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사주겠다'고 해서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시댁은 "집값 10%는 예단으로 받아야겠다"고 했지만, 김씨 부모는 "집값 보태겠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다.
김씨는 "갈등을 꾹 누르고 결혼했지만, 시어머니가 예단 얘기 꺼낼 때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근 아이가 들어선 뒤 "어떻게 해서든 참고 살아야겠다"며 마음을 다지면서도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신랑 신부와 혼주들 가슴에 피멍 들게 하는 예단 문제를 2일 밤 TV조선(채널 19번) '8시뉴스 날'에서 집중 조명한다. 예단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공동 기획한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