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예산 1209억 늘 때 시설예산 3330억 줄어

조선일보
입력 2012.07.02 03:09

[한국교총, 2010~2012년 서울교육청 예산 변화 분석]
학교시설 개·보수 신청했지만 교육청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급식기구 교체 예산은 64%↓ 올해부터 원어민 교사도 감원
서울교육청 "인건비 늘었고 꼭 무상급식 때문만은 아냐…"

"바닥이 삐거덕거려서 공부에 방해가 돼요." "창문이 안 잠겨요."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학부모·교사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건물을 완공한 지 20년이 지나 시설이 낡을 대로 낡았다. 교실 마룻바닥은 틈새가 벌어지고 뒤틀려 걸을 때마다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난다. 녹이 슨 알루미늄 창틀은 여닫기조차 힘들 정도다.

A학교는 지난해 서울교육청에 시설을 보수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순위에서 밀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올해 초, 다시 "이번엔 꼭 고쳐달라"고 신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소득 규모와 상관없이 전(全) 학생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면서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1200억원가량 늘어난 반면, 학교 시설·환경 개선 예산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서울교육청 예산안 분석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교총 측은 "인기영합주의식 무상급식 정책 때문에 정작 학생에게 긴요한 교육환경 투자는 열악해졌다"며 "무상급식의 '풍선 효과'인 셈"이라고 밝혔다.

2010년 7월 취임한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중1까지 확대했다. 이 때문에 무상급식 예산은 2010년(저소득층 학생만 대상) 172억원→2011년 1162억원→2012년 1381억원으로 2년 새 7배나 커졌다. 무상급식 예산 증가액(1209억원)은 올해 서울교육청 예산 총 증가액(997억원·본예산 기준)보다 더 많았다.

이와 반대로, 학교시설 수리·증축에 쓰는 '학교 시설·환경개선 예산'은 2010년 6179억원→2011년 3326억원→2012년 2849억원으로 2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최근 서울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올해 교육환경개선 사업에 대한 추경예산 657억원을 더해도 2010년보다 43% 줄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화장실, 놀이시설, 과학실, 음악실을 고쳐달라고 교육청에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학교가 많다"며 "부모 중에는 무상급식 혜택을 받아서 좋아한 사람이 많지만, 학교에서는 오히려 요즘 아이들을 '무상급식 피해자'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급식 기구 교체 등 급식 시설개선 예산도 2010년 대비 34~64%나 줄었다. 한국교총 장승혁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무상급식'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위생 급식'에는 투자를 안 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원어민 교사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올해, 고교 원어민 교사 예산 40여억원을 삭감해 대부분 고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없어진 데 이어, 내년부터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도 원어민 교사가 연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서울교육청은 "장기적으로 영어 잘하는 한국인 교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학부모들과 일선 학교에선 "무상급식에 돈을 낭비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측은 "무상급식 예산만 는 게 아니라 올해는 5세 누리 과정(1600억원), 인건비(2000억원)도 증가했다"면서 "학교 환경개선 예산 감소가 꼭 무상급식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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