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당에서 쫓겨나고, 국회의원직도 잃을 판이다.

통합진보당 중앙당기위원회는 29일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두 의원이 낸 제명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정당법에 따라 소속의원 13명 중 과반인 7명 이상이 동의하면 출당이 결정된다. 출당되면 두 의원은 무소속 의원이 된다.

그러나 무소속 의원도 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원구성에 합의하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처리’란 국회의원 자격 박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교섭단체가 공동발의해 자격심사안을 청구하면 국회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발의하기로 한 것은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선거의 결과로 당선됐다는 이유에서다.

통합진보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투표자 조작, 중복투표 등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통합진보당에는 선거부정을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이른바 구당권파다. 이들은 선거부정에 대한 조사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사퇴할 수 없다고 버텨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당내 분파간 알력이 고조됐고,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아직도 통합진보당 내분은 수습이 되지 않았고,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 차원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의원의 제명 여부를 국회에서 표결로 처리하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두 의원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당선됐는지 여부를 국회에서 찬성표와 반대표를 헤아리며 판정할 일인가.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순서다. 그리고 부정선거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야 할 사안이다.

국회가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여론재판'식으로 서둘러 처리한다면 의회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이다. 아울러 부정선거 때문이 아니라 두 의원의 이념과 사상을 문제삼아 제명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