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거스른 韓日 군사정보협정… 美의 동북아 구상(韓美日 군사협력 강화로 중국 압박) 때문

입력 2012.06.29 03:05 | 수정 2012.06.29 14:37

美, 수년전부터 강력히 요청… 국방부 "군수지원협정은 당분간 논의 안해"
한일간 정보협정 없어 美, 굉장히 부담 느껴
수시로 3국 연합훈련 요구, 국무부 "협정 환영한다"
日의 對北정보력 내세우지만 사실상 큰 도움 안되는 상황… 北정보 우리가 더 많이 파악

광복 후 한일 간 첫 군사협정인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이 29일 체결될 전망이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9일 오후 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 협정과 함께 추진해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당분간은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로 여론의 반발은 거세다.

"北 정보 협조가 협정 체결 이유"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했다. 통상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안건들이 사전에 차관회의를 거치는 데 이 협정 체결 안은 차관회의를 생략했고,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도 '즉석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쉬쉬했다. 정부도 해방 후 첫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이 협정에 대해선 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미·일 해상 기동훈련… 미 7함대 소속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이지스함 등 한·미·일 3국 함정들이 지난 22일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홈페이지
정부 관계자들은 부정적 여론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협정 체결을 밀어붙인 데 대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할 때 한·일 간 군사 정보 교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북아 안보 지형의 큰 틀에서 미국이 추진해온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 구상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수년 전부터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을 제안해왔고, 한일 정보보호협정도 그런 맥락에서 미국이 강력히 요청해왔던 사안"이라며 "중국의 부상까지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양국이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를 보호·관리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양국 군이 북한군 동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중국 해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군당국은 또 정보보호 협정이 군사정보 교류의 틀만을 짜놓았을 뿐 반드시 비밀정보를 일본에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지 않아 우리가 임의로 정보를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확보한 북한 정보는 한미(韓美) 동맹의 틀 속에서 우리가 지금까지도 실시간으로 확보해 왔고, 최근 들어선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갖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정보 전문가는 "우리나라만큼 북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군사정보 분야의 득실만을 따지자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얻는 것보다 일본에 주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한일 군사협력 강화 강력주문

미국은 대(對)중국 압박 구도의 하나로 한·미·일 3국 군사 협력체제 강화를 추진해왔으나 한국은 그간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소극적이었다. 미 태평양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일 3국 연합훈련 실시를 우리 군 당국에 요청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주 동지나해에서 실시된 수색구조 훈련 수준의 3국 연합 훈련만을 받아들인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정보의 경우 한미, 미일 간에는 보호협정이 체결돼 있어 긴밀한 교류가 있었지만 한·일 간에는 없어 미국이 굉장히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가 27일(현지시각) 우리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통과되자마자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관계를 환영한다(welcome)"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달 중순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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