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인 이모(24)씨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대학생 대출'이란 글자를 입력했다. 수 십개의 사이트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씨는 이 중 대부업체 8곳에 전화했다. 답은 동일했다. "바로 대출 가능하십니다." 2000만원을 빌리는 데 5곳은 30분 이내, 3곳은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 중 '대학생 대출, 부모님 모르게 당일대출, 최고 2000만원'이라고 설명된 사이트를 클릭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딩동' 소리와 함께 채팅메시지가 떴다. "안녕하세요? 채팅 상담해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하자 "통화되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곧이어 이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 상담원은 상냥하게 학교명·학년·기존 대출 여부·희망 대출금액·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을 묻자 상담원은 "2200만원까지 돼요"라고 했다. "부모님과 상의할게요"라고 하자 상담원은 "성인이니까 부모 동의 없이도 가능해요"라고 했다. 이번엔 주민등록등본과 재학증명서를 팩스로 보내기 곤란하다고 하자, 상담원은 휴대폰으로 주민등록증과 학생증 사진만 찍어 보내라고 했다. 사진을 보내자 또 전화가 왔다. 상담원은 "대출승인을 축하해요"라며 "원금은 나중에 갚고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돼요"라고 했다. 검색부터 입금까지 2000만원을 빌리는 데 29분이 걸렸다.
이씨가 한 달에 갚아야 할 이자는 53만2500원(연리 환산 31.95%). 이씨 통장으로 들어온 돈 2000만원은 저축은행 4곳에서 500만원씩 나뉘어 들어온 돈이다. 대학생의 경우 저축은행 1곳에서 500만원 이상 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동시에 2000만원을 빌렸지만, 대출금리는 31.3%∼32.5%로 달랐다.
이들이 고금리 대출을 받는 이유는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 등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서' 43%, '곧바로 빌릴 수 있어서' 39%, '인터넷 대출, 전화상담 등 이용이 편리해서'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대학생 50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대학생 고금리대출 이용실태'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11만명이 연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시달리는 이들을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라고 한다.
대부업체는 빚을 악착같이 받아낸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업·사금융을 이용한 뒤 연체한 경우 3명 중 1명꼴로 부당 협박 등 추심을 겪고 있다. 지난해 2월 대학생 유모(23)씨는 강릉 자신의 원룸에서 여러 장의 즉석복권과 학자금 대출 서류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1월에도 대구의 한 여대생이 학자금 대출상환을 고민하다 자살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은 대학생의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18일 은행연합회와 17개 회원은행은 고금리 대출을 연 6.5% 수준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내용의 '청년·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을 마련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돈을 쉽게 빌려주는 '부채의 조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결국 사회 전체가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