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디자인을 입혀라 15개 객실, 15인이 꾸몄다

    입력 : 2012.06.22 03:14 | 수정 : 2012.06.22 14:26

    강남에 문 연 호텔 나눠맡아… 해외서 출장온 젊은 외국인을 고객으로 설정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그러나 '비싼 호텔 방값' '부족한 숙박시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디자인'은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이 해묵은 문제에 해답을 제시해 보겠다며 건축가·디자이너 15명이 뭉쳤다. 총괄 설계를 맡은 건축가 조정철을 비롯해 미술가 민광식,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 사진작가 김상덕·김도균, 조경가 오형석, 공간 디자이너 정본경·조은영씨 등이다. 이들은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지난 16일 문을 연 서울 강남 한 호텔의 일부 객실을 나눠 맡아 직접 디자인했다. 이런 집단 작업은 건축·디자인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 건축가 조정철, 미술가 민광식씨(왼쪽부터).
    20일 '디자인 호텔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정철(44) 민광식(38) 범민(32)씨를 현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일부 특급호텔을 제외하곤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아쉬웠다"며 "숙박객 입장에서 한마디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했다.

    작가들이 디자인을 맡은 공간은 객실 90개 중 15개. 작가들의 디자인안(案)을 토대로 내부 마감은 물론 조명·침대·의자·쿠션 등 모든 구성품이 다르다. 주요 고객으로는 서울 강남 일대에 출장 온 20~40대 해외 비즈니스맨들을 설정했다. 그런 만큼 젊고 세련된 디자인이 포인트.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씨가 만든 방에선 현란한 그라피티와 만화, 팝아트 스타일 쿠션이 눈길을 끌고, 조정철씨가 디자인한 방에는 모성(母性)을 상징하는 아늑한 목제 침대와 서재가 짜여 있어 모던한 느낌을 준다. 범민씨는 "그라피티 아트라는 파격적인 영역을 어떻게 하면 '일반적인 수준'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했다.

    (위) 범민씨가 디자인한 객실 ‘하트 스프레이’.(아래) 사진가 김도균씨가 디자인한 호텔 객실 ‘SF’. 기하학적인 흑백 무늬를 통해 미래 공간을 상징했다. /사진작가 김종현
    공간 디자이너 하선미씨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그룹 '비틀즈'에서 영감을 받아 영국 국기에서 따온 이미지 등으로 방을 꾸몄다. 이 밖에 상상 속 공간(민광식), 사진관(김상덕), 정자(亭子·오형석)처럼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 감성을 갖춘 방도 있다. 공간 디자이너 정본경씨가 혼자 작업한 나머지 75개 객실도 저마다 다른 이미지와 디자인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18만~23만원대로 '3성 호텔'급이다. "미술가, 사진가가 저마다 어떻게 공간을 이해하고 디자인했는지 느껴보시면 재밌을 겁니다."(조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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