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대첩(大捷)'. 움츠렸던 한국 바둑이 모처럼 대폭발했다. 18일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시작된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서 한국은 출전 기사 10명 중 9명이 승리, 대거 2회전에 진출했다. 근래 유례가 없었던 대승에 힘입어 한국은 통합 예선 때의 부진을 딛고 16강전의 분포를 한국 9명, 중국 6명, 대만 1명으로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4년 동안 중국에 머물던 LG배 탈환 전망도 밝아졌다.
역대 LG배 최다 우승자 이창호는 류싱(劉星)을 제물로 5회째 우승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 랭킹 1위로 떠오른 박정환도 중국 우광야를 따돌렸고, 원성진은 중국 톱 랭커 탄샤오(檀嘯)를 눌러 2회전에 진출했다. 최철한 강동윤 이영구 나현도 축배를 들었다. 최기훈은 뉴위톈(牛雨田)을 반 집 차로 눌러 국제 대회 첫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두 차례 LG배를 제패했던 이세돌은 숙적 쿵제(孔杰)를 따돌리고 한국 대승 행진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 기사 중에선 박승화 1명만 구리(古力)에게 패했다. 전년도 우승자인 중국 장웨이제(江維杰)는 순조롭게 첫 관문을 넘었다. 대만 대표 샤오정하오(蕭正浩)가 2회전에 진출한 반면 일본은 전멸했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이 걸린 이 대회 16강전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