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쪽에서 보면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 연안처럼 보이고, 육지에서 보면 바다를 유영하는 향유고래 같은 형태의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보는 방향에 따라 형상이 달라지는 이 건물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주제관이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는 여수박람회의 상징 건축물답게 바다와 생명을 잘 나타내준다.
지상 3층 규모인 이 건물은 국제 현상 공모에서 당선된 디자인안(案)을 발전시킨 것이다, 2009년 4월에 공고되어 10월에 마감된 국제 공모에는 총 136점이 접수되었으며, 오스트리아 건축회사인 소마(Soma)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그리스어로 '몸(body)'을 의미하는 소마는 2007년 귄터 베버 등 젊은 건축가 4명이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오스트리아 살츠버그 음악당과 건축아카데미 등을 디자인하여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알루미늄 패널, 강화 복층 유리 등으로 마감된 주제관의 육지 쪽 외벽에는 98개의 라멜라가 설치되어 '움직이는 벽'의 효과를 나타내주고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라멜라는 전동모터로 힘을 가하면 중앙 부위부터 휘어지면서 숨 쉬는 지느러미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순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라멜라에는 LED 조명이 설치되어 다양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이 전시관의 또 다른 특징은 건물 밑으로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친(親)환경 공법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바다를 매립하여 쉽게 부지를 조성하는 공법 대신 바닷속에 박은 파일 위에 건물을 올리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공기(工期)와 공사비가 늘어났지만 해안까지 바닷물이 드나들게 되었다. 총 575억원이 투자된 주제관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계속 활용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