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실험 실패 세계가 다 아는데… "인공위성(2009년 발사 광명성 2호) 궤도 진입 성공"

조선일보
  • 최종석 기자
    입력 2012.06.18 03:08

    [민노총 통일교과서 부록 '동영상 CD'에도 北 주장 그대로]
    北 과학기술 칭송 - "인공위성 성공한 北과 새로운 차원 경협 추진을"
    천안함 남북 경색 - "남한이 경협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위기로 몰아"

    민주노총북한의 3대 세습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통일 교과서'〈본지 16일자 A1·A6면 보도〉를 발간한 데 이어, 이 책자에 첨부된 동영상 CD에서도 '북한 인공위성 발사 성공' 등 북한 주장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북한의 천안함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5·24 조치'를 발표(2010년)하자 북한 측이 '개성공단 철폐'로 맞섰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 당사자인 것처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 CD는 통합진보당의 싱크탱크인 새세상연구소가 제작했으며, 통합진보당은 작년 12월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영상으로 배우는 북한경제와 남북경협'이라는 제목의 시사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사는 민주노총과 통진당의 구당권파인 김선동 의원 등이 후원했다.

    '북한의 산업기술과 남북경협의 미래'란 제목의 53분짜리 이 동영상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가진 북한과 새로운 차원의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가장 먼저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을 사례로 들었다. 동영상은 북한이 쏘아 올렸다는 인공위성 기술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한국의 '나로호' 실패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동영상은 지난 2009년 4월 5일 '은하 2호'가 발사되는 장면을 보여주며 "조선중앙통신은 은하 2호가 발사 9분2초 만에 시험용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정확히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의 논평도 인용해 "러시아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및 궤도 진입까지도 성공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로호 발사 장면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발사 실패 브리핑 장면을 차례로 보여주며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로 주목받던 나로호는 1차 발사와 2차 발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며 "그러나 아직 발사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영상은 이어, "한국은 인공위성 발사의 핵심 장비인 액체 추진 로켓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인공위성 분야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구 궤도에 진입시킬 만큼 인공위성 기술이 뛰어나지만 남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인공위성 '광명성 2호'에 대해 당시 한·미·일 등은 "1단계 추진체는 동해에, 2단계 추진체는 태평양에 떨어졌다"며 "지구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밝혔었다. 아울러 당시 발사체에 대해서도 북한 주장처럼 인공위성이 아니라, 핵탄두 운반용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실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동영상은 이 같은 한·미·일 당국의 입장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인공위성 실험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한 채 "지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까지 소개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천안함 피폭으로 촉발된 남북의 경색 국면을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묘사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2010년 5월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 등을 골자로 한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북한 측은 이튿날인 25일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동결, 철폐한다"는 등의 강경책을 발표했었다. 동영상은 이와 관련해, "5·24 조치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까지 폐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표현했다.

    한편, 민주노총 통일교과서의 북한 3대 세습과 관련된 내용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여러 차례 구속된 적이 있는 김모(45)씨가 쓴 '세습은 없다'란 책에서 상당 부분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를 전대협·한총련 간부 출신이라고 밝힌 김씨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2004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노총은 17일 '반이성적 마녀사냥, 민주노조운동을 겨냥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민주노총에는 분단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며 "통일 교과서는 (분단 상황을 둘러싼) 주요한 한 축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북이나 중국의 의견을 인용해 소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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