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현실 속 '건축학개론'

  • 임영환·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입력 : 2012.06.14 03:34

    임영환·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바야흐로 '건축 전성시대'라고 한다. 요즘 드라마에서 세련된 옷차림, 화려한 언변, 안정된 생활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주인공의 직업은 대부분 건축가이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건축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30~40대의 첫사랑에 대한 향수가 더해져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단독주택에 대한 중산층의 관심을 등에 업고 집 짓기와 건축에 관한 서적들이 서점가 비소설부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우리의 정형화된 주거문화를 '아파트 공화국'이라 풍자한 책을 출간한 지도 5년이 지났다. 다양한 주거 형식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구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현상을 건축 문화에 관한 사회 저변의 인식 변화로 보기에는 아직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보다는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 하락이 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이는 건축가의 삶 또한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보람으로 밤샘을 마다하지 않지만, 실상 현실 속 건축가들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아주 얄팍하다.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故)정기용 선생이 겪는 어려움이 차라리 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도시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진 건축가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가 부동산 가치로만 평가되고 수없이 무시되는 그런 현실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건축 천대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건축에 관한 공동의 관심이 잠깐의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져 진정한 '건축 전성시대'로 이끌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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