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의 신들린 연주, 잠시만 안녕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2.06.13 03:12

    佛 국립음악원 유학 떠나는 18세 피아니스트 조성진
    "불어 공부하랴 협연하랴 몸무게 4kg이나 빠졌어요"
    19~21일 '러 내셔널' 협연… 출국 전 마지막 공연

    피아니스트 조성진(18)은 지난 3월 23일 과천시민회관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4)와 협연했다. 휴식 빼고 연주시간만 꼬박 100분인 빡빡한 프로그램. 밤 10시를 훌쩍 넘기고서 다음 날에는 서울 서초중학교로 뛰어갔다.

    서초중학교에서 그는 불어능력 검정시험(Delf B1)을 치렀다. 이틀간 정신없이 시험을 치르고서 그는 다시 광주시향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조성진은 "광주에서 상다리가 부서질 만큼 한상 가득 차린 음식을 급하게 먹다 보니 체한 데다 장염마저 걸렸다. 세 끼를 내리 건너뛰고 무대에 오른 건 광주시향 협연 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 뒤로 몸무게가 4㎏ 빠졌다. 한층 홀쭉해진 얼굴에서 나오는 미소는 제법 어른스럽다.

    빡빡한 연주 일정 속에서도 무사히 합격점(50점)을 넘긴 59점을 받아든 그가 오는 9월 프랑스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으로 유학길에 나선다. 지난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 입상한 그가 서울예고 2학년 과정을 마치고 '조기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지휘자 정명훈은 그의 지원군이자 멘토다. 조성진은 지난 6월 1일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이때 정명훈은 리허설을 마치고 단원들이 떠난 뒤에도 조성진과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별도의 레슨을 해줬다. 그런데도 조성진은 "처음으로 고국을 떠나는 것이기에 영어와 불어 등 당장 의사소통부터 쉽지 않을 것만 같다"고 연방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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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9월 프랑스 파리 유학을 앞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불어는 물론, 당장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식 영어를 익히고 싶어서 바쁜 연주 일정 틈틈이 전문 학원을 등록한 욕심쟁이이기도 하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오는 9월 프랑스 파리 유학을 앞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불어는 물론, 당장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식 영어를 익히고 싶어서 바쁜 연주 일정 틈틈이 전문 학원을 등록한 욕심쟁이이기도 하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오는 19~21일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내한 공연은 조성진이 유학 전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출국 신고식'이다. 러시아의 명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플레트네프 앞에서 21일 협연하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사계(斯界) 전문가' 앞에서 검증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독일 음악은 배워서 익힐 수 있지만, 러시아 음악은 타고나야만 되는 것 같다"면서 겸손해했다.

    하지만 이 10대 소년의 '아기 피부'나 '천사 미소'에 방심하면 안 된다. 기성 연주자 못지않게 호방한 연주 스케일과 촘촘한 테크닉은 그만의 매력. 무대에서 이미 연주한 협주곡만 15곡, 언제든 연주할 준비를 갖춘 협주곡은 20곡에 이른다.

    거기에 드뷔시와 라벨, 라모와 메시앙 등 프랑스 음악 특유의 음색이나 매력을 가미하고 싶은 것이 소년의 감춰진 꿈이다. 그는 "어리니까 도전 기회도 많을 것 같다. 그동안 피아노라는 일정한 틀에서만 음악을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음악 자체나 문화라는 큰 시야에서 바라보고 싶다"면서 굳이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조성진 협연), 19일 오후 8시 강동아트센터, 20일 오후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상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02)541-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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