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인베이전' 1년이 지난 지금 K팝 한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그것의 미래는 어떨까?
이런 물음에 대해 긍정론도 있는 반면 "K팝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는 부정적 견해도 나온다. 올 2월 문화부 등이 9개국 3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선 "K팝 열풍이 향후 4년 안에 사그라질 것"이라는 답이 60%에 이르기도 했다. 대중음악 전문가 5명에게 K팝 열풍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 등을 물었다.
◇K팝 열풍 이상 없나
대중음악계 관계자들은 "아이돌 위주의 K팝 열풍에 점차 피로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수 김창완씨는 "현재 K팝 열풍을 이끄는 주역은 대형 기획사에서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아이돌"이라며 "대부분 그룹이 비슷한 방법을 통해 유사한 음악을 갖고 외국에 진출해 너무 상업적으로만 활동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K팝 인베이전의 주역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카라, 2NE1 등 아이돌 그룹을 이을 후발 주자들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다수의 걸그룹과 이승기, 아이유 등이 일본에 진출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며 "강력한 스타 파워를 가진 후발 주자가 없다면 K팝은 마니아만의 음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의 'K팝 인베이전'이 한국의 음악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준석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정보팀장은 "미국 음악시장에선 아이돌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인데 우리는 현재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가수 중 90%가 아이돌"이라며 "스타일, 성격이 비슷한 그룹의 활동이 5~10년 반복되면 식상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걸그룹 '티아라'가 소속돼 있는 코어콘텐츠의 김광수 대표는 "한류 열풍이 진행 중인 일본에도 한국의 걸그룹처럼 외모가 예쁘고 실력 있는 아이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먹자골목에서도 잘 되는 가게만 살아남듯 K팝 가수 중에서도 같은 유형의 외국 그룹과 차별화하는 그룹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K팝을 위한 제언
남태정 전 MBC뮤직 센터장(MBC PD)은 "본의 아니게 'K팝=아이돌 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돼버렸다"며 "K팝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이돌그룹처럼 만들어지고 조직된 음악이 전부가 돼서는 안 되며, 뮤지션 개인의 진정성과 개성으로 채워진 다양한 음악들이 세계에 소개돼야 한다"고 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한국 가수들이 도쿄 부도칸 등의 대형 공연장뿐만 아니라 소공연장 등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교류를 해야만 K팝 열풍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창완씨는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의 팝시장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서로 공존하면서 역동적인 시장을 이루지만 우리 가요계는 너무 아이돌 위주로 굳어졌다"며 "우리도 이제는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처럼 뚜렷한 개성과 독특한 문화적 콘텐츠를 갖춘 뮤지션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작가씨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미국 곳곳에 자신들의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별도 기관을 뒀다"며 "우리도 여러 장르의 대중음악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