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신성한 장소가 아니다. 시선을 자극하지 못하는 박물관은 죽은 박물관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5일 개막하는 루브르박물관전 '신화와 전설' 개막식 참석차 앙리 루아레트(Loyrette·60)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장이 4일 방한했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대리석 조각 '에로스와 프시케'(1797) 등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 소장품 110점이 소개되는 자리.
인상파 미술사 전공, 오르세 미술관장(1994~2001년), 2001년 루브르 박물관장 취임. 경력만 보면 '돈'과는 관련 없어 보이지만, 그는 국제적으로 소문난 'CEO형 박물관장'이다. 2006년엔 루브르 박물관을 영화 '다빈치 코드' 촬영 장소로 빌려주고 25억원을 벌었다. 2008년엔 1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후원자를 위한 특별 만찬을 전시장에서 열어 하룻밤에 27억원을 모았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열린 핵안보 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배우자 만찬이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전시실에서 열렸다는 이유로 항의가 빗발친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
루아레트 관장은 "루브르는 역사의 현장이다. 왕궁이어서 사람들이 계속 살았던 곳이고, 파티도 자주 열렸던 장소다. 그 루브르에서 파티가 지속된다고 해서 그것을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루브르에는 전시실 이외에도 많은 공간이 있다. 지금 그 공간을 이용해 대만 감독 차이밍량(蔡明亮·55)이 우리가 주문한 영화 '얼굴'을 찍고 있다. 현대 예술가들이 루브르를 '영감(inspiration)'의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루브르는 작년 880만명이 찾은 세계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박물관이다. 그러나 루아레트 관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분관을 짓고 있다. 아부다비는 2014년 말 개관할 이 분관이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5억7210만달러(약 6762억2220만원)를 루브르에 지불했다.
"1793년 박물관이 문을 열 때부터 우리 모토는 '세계 보편의 박물관'이었다. 이번 한국 전시도 그렇다. 루브르 관람객의 70%가 외국인인데, 찾아오는 관람객만 기다릴 수는 없다. 직접 찾아가는 것도 루브르의 사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술은 삶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는 루아레트 관장은 "루브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잔은 '루브르란 우리에게 읽기를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도 세잔과 같다. 루브르는 어마어마하게 큰 책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세상에 대해 쓰인 것들을 읽고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