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에 한 번, 인구 세 배의 '미술 관광객'을 맞는 도시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2.06.05 03:11

    개념미술의 산실, 독일의 카셀… 13회 '카셀 도큐멘타' 9일 개막
    올해 과학·철학자 등과 협업… 전쟁·분쟁의 상처, 치유 등 다소 무겁고 심오한 주제 다뤄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카셀(Kassel)은 군수품 공장 덕에 먹고산 그저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이 도시는 2차 대전 때 폭격을 당해 도시 건물 90%가 파괴됐다. 1만명이 사망했고, 15만명이 집을 잃었다. 폐허 자체였다. 1955년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아르놀트 보데(Bode)는 이 도시의 부흥을 위해 원예를 중심으로 한 꽃과 조각 축제를 생각해냈다. 도시 내의 공원과 미술관, 거리 모두를 전시장으로 삼는 축제였다.

    잭슨 폴락이 1959년 대대적인 전시를 가졌고, 1972년에는 당시 유럽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포토리얼리즘 작품이 대거 선보였다. 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름을 얻어가던 이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1972년 5회 행사 때였다. 독일의 대표적인 개념미술가인 요셉 보이스(1921~1986)가 전시장에 '국민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사무국'을 설치한 것. 미술 전시장으로 정치적 주제의 퍼포먼스를 끌어들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셀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산실이 됐다. 30년이 흐른 2007년, 인구 19만5000명의 이 작은 도시를 찾은 관광객은 76만명이었다. 면적 107㎢로 우리나라 속초만한 이 작은 도시 카셀에 관광객을 불러들인 건, 개념미술 올림픽 격인 '카셀 도큐멘타' 덕분이었다.

    진짜 나무인 줄 알았지? - 카셀 중심가 공원에 설치된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페노네의‘돌의 아이디어(Ideas of Stone)’. 거대한 바위를 이고 있는 청동 나무 둘레에 묘목을 심었다. /카셀 도큐멘타 제공
    제13회 카셀 도큐멘타가 오는 9일부터 9월 16일까지 100일간 열린다. 독일 미술전문지 '아트'는 정치적 주제, 난해한 개념미술이 환영받는 카셀 도큐멘타의 개막을 앞두고 올해 출품작 중 '우수작품 20선'을 최근 보도했다. '20선' 역시 대개 전쟁·분쟁의 상흔, 붕괴, 치유와 회복을 다룬 작품. 인종분리정책에 대한 비판적 영상으로 유명한 남아공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57)는 설치작업 '시간의 거부'와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이 시간과 운명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중국 설치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인 송동(46)은 카를자우에 공원 앞 잔디밭에 수톤의 모래와 흙더미를 탑처럼 쌓았는데, 여기서 다양한 나무가 자라난다.
    이번 도큐멘타 출품작가인 미국의 린 폴크스가 도큐멘타에서 연주할 홈메이드 뮤직 머신(musicmachine)을 시험하고 있다. /독일 아트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치 차이퉁에 따르면 전시에는 살바도르 달리(1904~1989)와 미국 초현실주의 사진가 만 레이(1890~1976) 등 작고 작가도 포함됐다. 개별 작품도 중요하지만 전체 작품들이 어우러진 축제 자체를 '작품'으로 삼는 카셀의 전략 덕분이다. 5년마다 열리는 이 축제의 예산은 주(州)와 카셀시, 독일 연방정부 문화재단 등이 우선 마련하고 나머지는 협찬, 기부, 티켓 판매 등을 통해 충당한다. 도큐멘타 운영위는 감독 선임 등 전체 방향 조정에는 개입하지만 예술감독을 선임한 후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올해 도큐멘타는 예술감독인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르기예프(Christov-Bakargiev·52·약칭 CCB)의 작품. "나는 작가를 선정(select)한 게 아니라 선출(elect)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2008년 시드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한 그의 남다른 전위적 취향은 이번 행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는 "이번 도큐멘타는 예술가뿐 아니라 과학자, 철학자,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예술적인 연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큐멘타(documenta)

    ‘모던 아트(modern art)’를 퇴폐의 소산이라해서 금지했던 나치에 대한 반발로 지어진 이름. 전시회란, 모던아트의 ‘기록(documentation)’이라는 뜻이다. 초창기에는 4년마다 열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5년마다 열리고 있다. 국제적 미술행사를 가리키는 용어로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biennale)와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triennale) 등이 있다.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 트리엔날레는 밀라노 트리엔날레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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