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내연녀의 직장 홈피에 글 올린 女, 내연녀에게 위자료 줘야

입력 2012.06.03 16:46 | 수정 2012.06.04 07:55

남편 내연녀의 직장 홈페이지에 “승무원이 유부남과 사적인 관계를 맺어도 되느냐”는 내용의 글을 올린 여자는 내연녀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가정파탄에 책임이 있는 내연녀도 여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2005년 결혼한 A(35)씨는 결혼 3년 만인 2008년 6월 남편의 컴퓨터에서 남편이 모르는 여성 B(40)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B씨는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B씨가 누군지를 추적한 A씨는 B씨가 승무원으로 일하던 C 항공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C 항공사 승무원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글에서 “승무원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개인적으로 손님들과 만나 사진이나 찍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너무 문란하다. 한 승무원의 행동으로 한 가정이 깨지게 생겼다”며 남편과 B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C 항공사에서 퇴사했고, D 항공사로 직장을 옮겨 부산으로 이사 갔다.

하지만 A씨는 분을 풀지 못하고 계속 B씨에게 연락했다. B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듬해인 2009년 3월 B씨가 실수로 A씨의 휴대전화에 “시계 선물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을 때에는 B씨의 새 직장 D 항공사 홈페이지에 또다시 글을 올려 “C 항공사에서 저의 남편과 눈이 맞아 동거하던 중 사실이 밝혀져 회사에서 잘린 B씨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남편과) 부산에서 부부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B씨가 A씨를 피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자 A씨는 D 항공사 사무실에 찾아가 “B씨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B씨가 전 직장을 그만둔 경위를 B씨의 동료들에게 설명했다.

A씨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D 항공사의 비행기를 탄 뒤 ‘B 승무원, 유부남과 눈 맞아 A 항공사에서 잘렸는데 D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후배들이 뭘 배우겠나’라고 적은 메모지를 비행기 주방에 놓아 다른 승무원들이 이 메모지를 돌려보게 한 것이다.

A씨가 B씨의 회사에 지속적으로 B씨의 행동을 공개하는 동안 A씨의 남편과 B씨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A씨 남편은 서울에서 부산에 있는 B씨 집에 찾아가 잠을 자기도 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가정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부산가정법원 이준영 판사는 일단 “B씨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A씨에게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 역시 A씨의 남편에게 보내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도 B씨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 200만원 지급 명령을 내렸다. B씨에게서 700만원을 받는 대신 B씨에게 200만원을 줘 결과적으로 위자료가 500만원으로 깎이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소송절차 등을 통해 B씨에게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는데도 B씨의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B씨는 이로 인해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A씨는 반복해서 B씨의 명예를 훼손했고, 전화연락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했으므로 B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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