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레이디'(Pink Lady) 하면 우선 윤락여성이 생각날지 모르겠다. 미국의 현대정치사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사건의 주역이다. '불그스레한 여인' 곧 공산당에 동조하는 여성 정치인을 일컫는 말이다.
주인공은 헬렌 더글러스. 193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반짝 스타였다. 정치에 입문한 더글러스는 연방하원에 진출해 내리 3선을 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야심이 너무 컸던 게 화를 불렀다. 1950년 리처드 닉슨과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맞붙은 것. 정치 9단 답게 닉슨은 꼭 한마디를 했다.
"헬렌은 속옷까지 핑크빛이야." 당시엔 대부분의 여성들이 핑크색 팬티를 입었다. 성적 수치감을 주려했던 게 아니라 속옷 컬러에 빗대 더글러스를 공산당으로 몬 것이다.
마침 한국전쟁이 터지는 등 동서 냉전이 한창일 때여서 닉슨의 이 말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핑크 레이디'로 몰린 더글러스는 꿈을 접어야 했다.
이 무렵 생겨난 말이 '핑코(Pinko)'다. 핑크색깔의 사람이라고 할까. 진짜 공산당원인 '레드'(Red) 곧 '빨갱이'는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공산주의에 동조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닉슨의 한마디에 '레드'는 물론이고 '핑코'도 꼭꼭 숨어버렸다. 그러다 베를린 장벽에 이어 '악의 제국' 소련이 무너지자 '핑코'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젠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을까.
한국의 19대 국회 임기 첫날인 30일,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소속 김재연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진보당의 신 당권파와 통합민주당의 사퇴요구를 거부, 금배지를 달고 등원했다.
보도에 따르면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종북좌파 국회입성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뒤룰 쫓아다니자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친북성향을 드러낸 정치인이어서 그를 한국의 '핑크 레이디'라 불러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성 싶다.
이날 김 의원이 입은 스커트는 보라색이었다. 핑크의 위장색깔이라고 할까. 아마도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한 붉은색이나 핑크색 옷은 절대 착용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새누리당의 상징색깔인 파란색을 입어 신분을 세탁할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6.25는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 '종북이 문제가 아니라 종미가 더 큰 문제' '한국의 주적은 미국' 등의 발언을 쏟아낼 것 같아 오싹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