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삼성 4번타자 최형우(30)가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4번 타순은 아니다. 당분간 '국민타자' 이승엽 뒷타순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최형우는 정확히 열흘의 재등록 기한을 채우자마자 31일 대전 한화전부터 1군에 복귀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그를 2군에 내려보낼 때부터 10일 후 복귀를 천명한 상황. 대신 곧바로 4번에는 넣지 않을 전망이다. 류중일 감독은 "당분간 형우를 승엽이 뒤에는 넣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류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이 오더를 짜는데 밤샜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눈만 뜨면 오더를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라 고충을 토로한 뒤 "일단 형우를 승엽이 뒤에는 넣지 않을 계획을 세웠다. 잘 치면 괜찮은데 자꾸 못치니까 아무래도 부담이 갈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럴수록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홈런(30개)·타점(118점)·장타율(0.617) 3관왕에 오르며 최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이승엽의 복귀 속에서도 4번 타순을 보장받았다. 캠프에서는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류 감독은 "작년에 그렇게 잘 치고, 캠프 때에도 정말 좋았다. 정상급 타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건 결국 자신감 문제"라고 해석했다.

5월6일까지 삼성은 3번 이승엽, 4번 최형우로 중심타선을 짰다. 9년 만에 돌아온 이승엽은 연일 맹타를 휘둘렀지만, 최형우가 좀처럼 침묵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올해 최형우의 성적은 34경기 타율 2할6리 11타점. 홈런은 하나도 없다. 몸이 아픈 데도 없는데 부진이 길었다. 그 요인 중 하나로 '이승엽 바로 뒷타순에서 가져야 할 부담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승엽이 워낙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뒷타자로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법이다. 단순한 경쟁 심리 뿐만 아니라 상대가 이승엽과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선 뒷타자가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결과적으로 맞지 않다 보니 부담이 된 것이다. 류 감독은 "그런 말이 나오면 선수가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말처럼 되고 있지 않나"라며 최형우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고자 했다.

이승엽이 3번 또는 4번으로 기용될 것이기 때문에 최형우의 1군 복귀전 타순은 5번이나 6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은 "형우가 살아나야 한다. 형우가 살아야 팀도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형우는 2군 퓨처스리그에 5경기에 나와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9리 4타점 활약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최형우와 함께 1군에서 제외됐다 복귀하는 배영섭은 바로 1번타자로 기용된다. 류 감독은 "작년에 우리팀 1번타자였다. 지금 얼마나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일단 1번에 넣겠다. 정형식도 잘 하고 있지만 둘 모두 1번에 쓸 수는 없다. 좌우 투수에 따라 바꾸면 둘 다 반쪽선수가 될 수 있다. 당분간 영섭이를 1번으로 넣고 안 좋으면 정형식으로 바꾸든지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군 34경기에서 타율 2할7리로 부진했던 배영섭은 2군 퓨처스에서는 4경기 12타수 6안타 타율 5할로 활약했다.

5할 승률 복귀에 1승만 남긴 삼성이 최형우와 배영섭의 복귀 속에 날개를 달 수 있을까. 프로야구 판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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