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허식에 물든 혼례문화를 바로잡자는 취지로 조선일보가 전개하는 '100쌍 캠페인' 참가 신청에 총 345쌍이 몰렸다. '100쌍 캠페인'은 ①최소한 결혼식 비용만큼은 자기 힘으로 마련해 ②1000만원 안팎으로 '작은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젊은이들에게 청와대 사랑채 등 아름다운 예식공간을 연결해준다. 접수 마감 후 뚜껑을 열어보니 345쌍은 꼭 돈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중·상류층, 고액 연봉의 전문직도 많았다. 그들은 검소한 결혼식은 물론 양가(兩家) 혼주가 아닌 자기들이 주인공이 되는 개성 있는 결혼식을 치르고 싶다는 열망이 두드러졌다.
◇"보여주려고 결혼식 올리나요?"
신병진(28)·이정민(26)씨 커플은 둘 다 행정고시를 통과한 예비부부다. 신씨는 기획재정부, 이씨는 보건복지부에 근무 중이다. 예비신랑은 에베레스트 트레킹과 남미 여행을 다녀온 남자, 예비신부는 명품 가방은 안 부러워도 여행 많이 다닌 사람은 부럽다는 여자다.
둘은 연수 중에도 설악산·한라산 등 전국 명산에 올라 주위에서 "산악인이냐?" 소리를 들었다. 결혼 약속도 설악산 종주 마치고 땀에 젖은 등산복을 입은 채 했다. "스튜디오 촬영·웨딩드레스·메이크업·예물·예단 등 남들이 다 한다는 항목을 들어보니 그 돈 내고 꼭 해야 하는지 회의가 밀려왔어요." 이때 예비 시어머니가 조선일보에 실린 '100쌍 캠페인' 기사를 오려주며 "너희들도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양가 부모가 예단·예물·폐백·이바지 등을 모두 생략하기로 합의했다. 이씨는 "예상 비용은 총 1000만원이고, 전액 우리가 번 돈"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창업자도 호화결혼식 안 하던데요"
오는 10월 결혼하는 조지섭(가명·28)·강희영(가명·28)씨 커플은 의대 동기로 만나 7년간 연애했다. 현재 모 대학병원에서 나란히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다. 결혼한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신랑 부모님이 집 사주면 신부 부모님이 혼수로 채워주고, 신부 부모님이 이불·반상기·은수저 세트에 현금 담은 명품 가방과 명품 시계를 보내면 신랑 부모님이 그중 일부를 돌려주고…. 양가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돈 쓴다는 얘기에 '이건 말이 안 된다' 싶었어요."(예비신랑 조씨)
어려운 집에서 자라 과외 아르바이트로 의대를 마친 예비신부가 먼저 "부모님 도움 없이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여유 있게 자란 예비신랑도 "하루 허영심 부리자고 그런 큰 부담 드리기 싫다"고 의기투합했다. 바로 그때 페이스북을 창업한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28)가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비신랑 조씨는 "나도 결혼식을 경건하고 기쁜 날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 예쁘게 할 수 있다"
오는 7월 결혼하는 노형균(29)·우지영(26)씨 커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닌다. 예비신랑은 성균관대를 나와 현대자동차에 들어갔고, 예비신부는 고려대를 나와 만도에 근무 중이다. 예비신랑은 "결혼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선·후배들에게 '우리처럼 해도 예쁘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결혼식 장소는 현대자동차 계동사옥 별관, 신혼집은 신부가 다니는 만도 사원아파트, 주례는 두 사람을 귀여워하는 현대자동차 중역에게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