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MD) 1단계 조치에 착수한 지 사흘 만인 23일 러시아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MD 망을 뚫어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고 인테르팍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신형 ICBM을 발사해 극동 캄차카 반도의 목표물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신형 ICBM이 MD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러시아의 핵 전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기지에 나토의 미사일 발사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형 조기경보 레이더망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2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유럽 MD의 첫 단계로, 터키에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고 요격기를 탑재한 미국의 이지스함 4척을 스페인 로타항에 주둔시켜 이에 대한 통제권을 나토 사령부가 갖도록 결정했다.

2018년 전체적인 실행 체계를 갖출 예정인 나토의 MD 계획은 2단계로 루마니아, 3단계로 폴란드에 각각 지상 기반 SM-3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고, 마지막 4단계로 미국에 도달 가능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요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나토는 MD 계획이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MD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히고 선제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날 발사한 ICBM이 제5세대 미사일 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모델이라고 밝혔으나 이름이나 사정거리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이날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2009년 실전 배치된 첨단 미사일 RS-24 야르스의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요격이 힘들도록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각 탄두에 방향전환장치를 장착해 나토 측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도 방향을 바꾸며 피해나갈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추진체를 사용해 발사 직후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도록 함으로써 추격이 어렵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RS-24 야르스는 사거리가 1만500㎞에 이르며 4개 이상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과의 관계가 한층 경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