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을)가 22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북한 인권과 3대(代) 세습,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색깔론'이라는 취지로 몰아붙여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홍모(28)씨는 토론 후반부에 이 당선자에게 "당권파의 종북(從北)주의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 당선자는 가볍게 웃으며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데, 아직도 군사독재 시절의 색깔론이 재현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사상 검증, 양심의 자유를 옥죄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자신이 북한에 다녀온 경험을 들며 "콘크리트가 색깔이 없어 회색빛이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술도 병뚜껑 기술이 정교하지 못해 기울이면 샌다"며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동포애적 관점, 통일의 상대방으로서 협력과 교류하는 동시에 비판할 건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이 이어지자 홍씨가 끼어들어 "지금 말을 돌리고 있는데, 정확한 입장을 말씀해달라"고 했다. 패널로 나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공직을 맡으면 안 된다. 유권자에게 자기 이념과 정책을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질문 자체가 사상 검증과,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관계로 끌고 갈 것인지 악화된 관계로 갈 것인지 이분법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씨가 다시 "유권자로서 당연한 권리이고, 전 국민이 궁금해할 사안"이라고 했지만, 이 당선자는 끝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진보당을 장악해 온 범주체사상계 구당권파 인사들은 그간 종북주의와 연결될 수 있는 북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이 당선자 같은 어법으로 분명한 답변을 피해왔다.
이정희 전 대표는 2010년 8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초등학생도 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 그는 "역사적인 논쟁들이 있다. 그 문제는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 나중에 다시 답하겠다"고 했다.
그해 9월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북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하면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다. 정치권과 언론은 북의 지도자에 대해 함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져 있는 이석기 당선자(비례대표)는 최근 한 케이블방송 토론에 출연해 "종북보다는 종미(從美)가 문제"라고 했다. 주체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민주주의자"라는 식으로 대답을 피했다.
역시 구당권파인 김재연 당선자(비례대표)는 2008년 4월 "지금 시기에 북한 인권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당권파는 민노당(통합진보당의 전신) 때부터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해 제대로 비판한 적이 없다. 우리의 원자력 발전소까지 반대하면서도 정작 북한의 핵실험은 '자위(自衛)'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