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느린 삶 실천하는 일본 '카페슬로'

입력 2012.05.22 03:09

소셜 프랜차이즈까지 생겨

17일 오후, 일본 도쿄 고쿠분지(쒢分寺)시에 위치한 '카페슬로(Cafe Slow)'. 카페 입구엔 공정무역 사무실이 있고, 야외 테라스를 지나니 널찍한 커피숍이 나왔다. 벽면은 흙벽 그대로의 다소 거친 질감을 살렸고, 카페 곳곳 인테리어는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줬다.

카페슬로의 내부 모습.
카페슬로의 내부 모습.
이 카페는 30년간 유네스코에서 활동한 요시오카 아츠시 대표가 2001년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무농약 커피를 통해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지역에서 수확한 친환경 식재료만 사용하며, '의식주를 통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느린 삶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카페슬로는 카페 역할뿐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의 라이브공연과 미술작품 전시와 세미나 등을 여는 등 지역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도 한다. 한 달 매출은 400만엔(5800만원) 정도로, 1년에 7억원가량을 벌어들인다.

하라다 선임매니저는 "처음에는 자전거 가게의 창고를 흙과 볏짚 등 자연소재로 개조했다"며 "문을 연 지 3년까지는 지출만 있고 수익은 거의 없어 고생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팬이 늘었다"고 말했다.

카페의 성공으로 2006년 규슈, 2007년 오사카 지역, 이어 홋카이도 등 전국에서 '슬로 카페'들이 생겨났다. 일본에만 '슬로 카페'를 표방한 곳이 30여곳 넘는다. 한마디로 '카페슬로'라는 소셜 프랜차이즈가 된 것이다. 선임매니저인 하라다씨는 "슬로 카페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카페 창업과정과 내부 장식, 운영 등을 문의해오면 적극 컨설팅해주고 있다"며 "개인이 직접 창업하거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시오카 대표는 '슬로라이프를 지향하며 도시와 농촌을 잇자'는 NGO인 '나무늘보클럽'의 간사이기도 하다. 카페를 통해 환경·유기농 이벤트에 참가해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2008년 70평 규모의 현재 장소로 가게를 옮길 당시, 카페슬로는 은행융자가 부족해, 시민들에게 채권을 발급해 돈을 마련했다. 1만엔짜리부터 10만엔짜리까지 채권을 발급했는데, 시민들이 십시일반 사준 채권만 1000만엔(1억4700만원)에 달해 융자의 절반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은 매출의 5%가량을 매년 '나무늘보클럽'에 기부한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NGO에겐 이 카페슬로가 든든한 자금원이다. 이들은 공생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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