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괴자금 파문] 잘나가던 '영재고철(박영재씨의 주력 회사)' 껍데기만 남고… 새 고철회사(동부스틸)는 왜?

입력 2012.05.21 03:04

봉하마을 커넥션 의혹
박영재씨의 갑작스러운 사업·재산 정리 석연치않아
의혹 투성이 KEP - 전기안전기 업체가 '생산 0'… 박연차와 땅 거래때 내세워
노건평 주변 인물들 다 등장

노무현 전 대통령 형 건평(70)씨와 그 자금관리인이라는 박영재(57)씨 주변에서 '이상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씨가 대표로 돼 있는 동부스틸과 영재고철은 하는 사업이 똑같은 회사다. 한마디로 고철을 수거해서 가공 판매하는 일을 한다. 구성원도 별 차이가 없다. 영재고철에서 과장으로 있는 박모씨가 동부스틸의 감사로 돼 있다. 겉으로만 보면 박씨가 운영하는 '한 지붕 두 회사'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두 회사는 영업이 잘되면 비슷하게 잘되고, 망하면 역시 똑같이 망해야 상식에 맞다. 회계상으론 다른 법인(회사)이라 하더라도 소유주가 박씨로 똑같고 하는 일도 비슷한 이상, 박씨가 딴 수주물량을 골고루 나눠서 두 회사가 함께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의 말대로라면 영재고철은 "어음도 못 막아" 쩔쩔매는 회사인 반면, 동부스틸은 설립한 직후인 작년 3월부터 9개월간 매출액이 402억원에 달할 정도로 건실한 회사다. 순이익도 4억원 났다.

검찰과 박씨 주변에선 이렇게 된 이유와 관련해 몇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박씨가 영재고철의 경영난을 일부러 방치했을 가능성이다. 박씨는 스스로 현 정권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건평씨와의 친분 때문에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노건평씨 비리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이 박씨가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는 '괴자금 300억원'의 돈 흐름도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2008년 5월부터는 정체된다고 한다. 박씨가 경영난을 방치한 것이라면 괴자금 관리인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사업이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최근 잘나가던 사업을 하나둘씩 정리했는데, 이 때문에 김해 진영읍에선 "몇년 전부터 돈줄이 꽉 막혔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진영읍의 한 주민은 "박씨가 얼마 전부터 '다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2006년에 노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던 봉하마을의 땅도 팔아치웠다는 말이 있다.

'돈줄이 꽉 막혔다'는 박씨는 작년 6월 49억9000만원을 주고 부산의 한 업체로부터 동부스틸 공장부지도 사들였다. 회계보고서 등에 나와 있는 박씨 말고도, 장부에 등장하지 않고 숨어 있는 '회사 관계자'가 더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선 "노건평씨가 자신은 나서지 않고 바지사장을 내세운 KEP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기안전기기 제조업체라는 KEP는 노건평씨가 동생처럼 여겼다는 토목업자 이석주(55)씨가 대표이사, 박영재씨도 이사로 있다. 이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았는데, 회사 명의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땅을 거래해 발생한 30억원가량의 차액을 회사의 진짜 주인인 건평씨가 다 챙겨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씨나 박씨 등은 그야말로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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