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온라인을 통해 공동 조사한 '2012 한국 영화 지표'에서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남녀 배우로 하정우(10.1%)와 하지원(13.7%)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연기력이 가장 뛰어난 남녀 배우 부문에선 송강호(18.0%)와 전도연(23.3%)이 각각 1위로 꼽혔다.

◇영화 흥행과 연기력 겸비한 배우 '인기'

지난해 4월 이뤄진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와 비교해볼 때 관객들은 기존의 스타 배우보다 영화 흥행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배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아하는 남자 배우' 부문에서 최근 '의뢰인' '러브 픽션' '범죄와의 전쟁' 등 흥행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하정우가 지난해 8위에서 1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10위권 밖에 있었던 박해일(4위·8.7%)과 김윤석(6위·4.0%), 최민식(8위·3.6%) 등도 올해 10위권 안에 새로 진입했다. 이들은 모두 '최종병기 활' '완득이' '범죄와의 전쟁' 등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흥행작에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반면 지난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지만 올 들어 별다른 출연작이 없었던 원빈과 강동원은 올해 5위와 9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각각 6위와 10위로 꼽힌 스타배우 장동건과 이병헌 등은 올해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인기 배우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순위는 남녀 부문이 서로 다른 성향을 보여주었다. 남자는 '연기 잘하는 배우'와 '좋아하는 배우' 부문에서 각각 꼽힌 설경구와 강동원 등 두 명을 제외하고는 10위권에 든 배우 9명이 두개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반면 여자 배우는 10명 중 6명만 일치했다. 문소리(5위·6.1%)·윤여정(6위·3.8%)·김혜자(9위·2.5%)·김윤진(10위·2.5%) 등은 인기 배우 10위권 안에는 없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꼽혔다. 여자 배우는 인기와 연기력이 비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뛰어난 한국 감독' 부문에선 봉준호 감독(19.8%)이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임권택 감독은 3위(9.22%)로 떨어졌다. 1990~2000년대 초반 흥행 보증 감독으로 꼽힌 강우석·강제규 감독은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2위·9.68%) 감독같이 최근 해외 활동을 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감독들에게 순위가 밀렸다.

올 초 '마이웨이'로 흥행에 실패한 강제규 감독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6위(3.84%)로 떨어졌고, 강우석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4위를 차지했지만 선호도는 지난해 14.1%에서 올해 5.72%로 떨어졌다.

특이한 점은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변영주 감독(8위·3.50%)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지난해와 순위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리스트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제규·변영주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지난 1년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감독 브랜드는 한번 구축되면 영화배우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영화관 선호하는 관객 늘어

'영화 볼 때 가장 좋아하는 방식'에 응답자의 82.5%가 극장(1위)을 꼽았다. 지난해(66.1%)보다 16.4%포인트나 늘어났다. '온라인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고싶다'는 응답자가 8.1%로 2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27.7%)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이런 변화는 3D나 4D 등으로 선보이는 영화가 늘어나면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맥스무비 회원들과 이메일 문답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를 통해 총 2만5784명에게 지난달 18일부터 5월 5일까지 이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무작위로 선발한 일반인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극장 관람 경험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 등과 달리 영화 선호도나 관람 성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