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창작발레 심청, 발레 메카(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서 기립박수 받다

    입력 : 2012.05.17 03:14 | 수정 : 2012.05.17 10:34

    유니버설 발레단, 러 3대극장 공연
    동양적 스토리, 서정적 연기력… 까다로운 관객들 브라보 연발… 창작발레, 모스크바 첫 입성

    박수는 길었고, 그 소리는 컸다.

    '발레의 메카' 모스크바가 효녀 심청에 매혹됐다. 15일 밤(현지시각) 발레 강국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에서 공연된 한국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의 창작 발레 '심청'은 떠나갈 듯한 갈채와 환호 속에 끝났다. 한국의 발레단이, 그것도 창작 발레로 모스크바에 입성한 것은 한국 발레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발레 한류'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1941년 지어진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1060석)은 볼쇼이 극장, 마린스키 극장과 함께 러시아 3대 극장의 하나로 꼽히는 곳. 현재 모스크바시(市) 소속으로 스타니슬라브스키 오페라단과 발레단,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유서깊은 극장이다. 14~15일 열린 이번 공연은 UBC의 '심청' 무대 영상을 본 극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으며, 3월 초에 이미 전석이 매진됐다. '심청'은 1986년 초연 후 26년의 시간 동안 다듬어지면서 UBC의 대표 브랜드가 된 작품. 지난해부터 월드 투어 중으로 대만, 싱가포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밴쿠버, 오만을 거쳐 모스크바에 상륙했고 9월 28~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관객을 만난다.

    15일 밤(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에서 열린 발레‘심청’3막 중 심청(안지은)이 연꽃에서 나오는 장면. 아래 사진은 공연이 끝나자 1060석을 가득 채운 러시아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모습.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무대는 시작부터 압도적이다. '孝(효)'자 아래 분홍빛 연꽃이 큼직하게 그려진 막이 오르자 고전 심청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팔려가는 심청의 줄거리가 에드리안 델러스의 안무를 통해 서양 발레로 거듭났다. 1막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 선상(船上)에서 선원들이 펼치는 남성 군무(群舞)는 선 굵은 동작이 역동적이었다. 처음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출렁이는 바다에 심청이 뛰어드는 장면은 스펙터클했고, 바다에 빠진 심청의 모습을 영상으로 처리한 것도 신선했다.

    바닷속 용궁이 펼쳐진 2막에선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 무희들이 물고기처럼 하늘하늘 움직였다. 3막의 배경은 궁궐. 탈을 쓴 남성 무용수들의 움직임에도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한국의 전통 탈춤을 발레에 접목한 탁월한 시도였다. 심청 황혜민(14일)은 서정적이고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고, 안지은(15일)은 특히 3막 궁궐 장면에서 안정적인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러시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발레 강국.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유명한 레퍼토리는 모두 러시아 작품이다. 특히 '볼쇼이발레단'이 자리 잡은 모스크바 관객은 '발레 평론가'로 불려도 좋을 만큼 수준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공연 직후 만난 러시아 관객들은 하나같이 "어메이징!" "뷰티풀"이라고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류보티 휴갈로바(50)씨는 "한국 발레가 훌륭하단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감동이 벅차오른다"고 했고, 옥사나 슈셰로바(33)씨는 "한국의 효(孝) 사상은 한없이 가벼워지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같다"며 "무대 장면 하나하나가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고 감탄했다. 극장장 블라디미르 우린(Vladimir Urin)은 "동양의 고전 스토리가 서양의 발레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놀랍고 독창적"이라며 "UBC를 향후 3년 안에 다시 모스크바에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연장 바닥에 깔린 고무판이 유달리 미끄러워 초반 일부 무용수들이 삐끗하면서 움직임이 경직됐고, 첫날 공연 1막에선 무대가 지나치게 어두웠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를 보완한 둘째날 공연은 관객 몰입도가 훨씬 높았고 커튼콜 기립박수까지 이끌어냈다. 문훈숙 단장은 "한국의 발레단이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창작 발레를 만들어 모스크바에 진출한 획기적인 공연이었다"며 "앞으로도 발레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계속 전파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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