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8번 강종헌(61·사진)씨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관련 범죄 기록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경위 조사에 나섰다. 강씨는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주범으로 체포돼 13년간 복역했었다. 당시 강씨와 함께 처벌받은 13명의 범죄 기록도 경찰에 등록돼 있지 않아 고의적인 삭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강씨의 범죄 경력을 조회하면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나온다. 강씨는 지난 4·11 총선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자신의 전과 기록이 없다고 공시했다.

경찰은 최근 강씨 등의 전과 기록이 누락된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강씨의 범죄 기록이 누락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다. 아예 범죄 기록 입력 자체가 안 됐거나 누군가가 고의로 삭제했을 가능성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했던)보안사에서 경찰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서 강씨 등의 기록이 입력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백림 사건,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다른 주요 시국·간첩 사건 관련자의 범죄 기록은 모두 남아 있는데 유독 이 사건 기록만 없다.

1990년 7월 26일 범민족대회 해외교포 대표단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8번으로 이름을 올린 강종헌씨. 강씨는 당시 재일교포 대표로 한국을 찾았다.

만일 경찰에서 강씨의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는데도 범죄 사실이 누락됐다면 누군가가 기록을 고의적으로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과 기록은 형법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적 근거가 있을 때만 파기할 수 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동렬 선임연구관은 "이런 중요한 간첩 사건의 기록을 몰래 삭제하려면 조직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몰래 삭제가 이뤄진 것이라면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강씨가 선거운동에 유리하게 이용할 목적으로 전과가 없다는 기록을 그대로 공시했다면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공작선을 타고 입북해 노동당에 가입했던 혐의 등으로 대법원까지 가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에서부터 "고문에 못 이겨서 (북한에) 갔다 왔다고 허위 진술하게 된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었다. 이후 강씨는 감형을 받아 13년간 복역한 뒤 1988년 석방돼 일본으로 추방됐다.

2009년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강씨가 고문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 재심 권고 판정을 내리자 강씨는 작년 서울 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강씨는 일본으로 추방된 뒤 반국가 단체인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의 조국통일위원장과 이적 단체인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공동사무국 차장 등 핵심 간부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