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에서 김정은 후계체제가 확립된 이후 시장에서는 연탄이 불티나게 팔렸으며, 새로 단장한 놀이공원 이용객 숫자가 늘었고, 여성들은 ‘반등화(높은 통 굽 신발)’를 많이 신기 시작했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이 최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발간한 격월간지 ‘민족화해’ 5·6월호에 실은 ‘10대 인기상품으로 본 2011년 북한경제’란 제목의 기고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동 팀장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개편 이후 북한은 올해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상품수입을 늘리기 위해 대중교역 1위 품목인 석탄을 집중 생산하면서 일부가 장마당에 흘러나왔다. 북한에서 연탄은 아직 비싼 연료지만 지난해에는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공급이 크게 늘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가정에서 연탄을 쓸 수 있었다.
또 북한은 강성대국 원년을 맞아 평양시내 시설물 등을 보수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개선문 바로 옆에 있는 ‘개선청년공원 유희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북한 당국은 프랑스에서 설비를 들여와 최신 놀이기구를 만들었다. 만경대 유희장도 수영장을 새로 단장하고 파도풀, 대규모 미끄럼틀을 정비했다.
유명무실했던 평양시내 놀이공원들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입장료 암표가격이 10배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낙점된 후 여성들에게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줬다. 원래 북한 여성들은 공식석상에서 바지를 입지 않는다. 북한 여성들은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면서 ‘옷맵시’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북한에서 ‘반등화’라 불리는 높은 통 굽 신발이 인기를 끈 게 이때부터였다.
인기상품에는 이외에도 휴대전화, 생수, 기차역 앞에 포진해 있는 ‘짐꾼 택배’ 등이 선정됐다.
북한 내 ‘한류’도 여전했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매일 간식으로 지급되는 초코파이는 이미 북한 내에서 인기상품이 된 지 오래다. 한국산 커피믹스는 새롭게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남한 드라마를 유통하는 주요 수단이 CD에서 단속이 어려운 USB 메모리로 바뀌면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동 팀장은 “평양은 연탄이지만, 지방은 여전히 나무 연료를 사용할 정도로 지난해 북한 경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양극화 심화이며, 10대 인기상품 목록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