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2012 여수엑스포(EXPO)'가 개막합니다. 이에 맞춰 여수엑스포의 관문 격인 '이순신대교'도 개통을 시작하죠. 전라남도 광양만에 우뚝 선 이 초대형 다리는 주탑 높이가 270m로 세계 최고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초고층 빌딩인 63빌딩보다도 21m가 더 높죠. 이순신대교는 다리를 떠받치는 기둥 없이 주탑 두 개와 연결된 케이블이 다리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인 현수교예요. 총길이가 2260m이고 주탑 간 거리가 1545m입니다. 현재까지 완성된 현수교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며 세계에서 네 번째입니다. 1545m는 충무공 이순신이 탄생한 1545년을 의미해요. 그런데 이렇게 길고 무거운 다리를 어떻게 지탱할 수 있을까요?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은 두께가 5.35㎜로 아주 가늘지만 1만2800가닥을 촘촘하게 엮어 4만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요. 이순신대교에 쓰인 강선은 7만2000㎞로 지구를 약 2바퀴 돌 수 있는 길이랍니다.
이순신대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지은 첫 현수교로 더욱 뜻깊어요. 사실 다리를 만드는 일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지요. 다리는 자기 무게뿐만 아니라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 무게도 지탱해야 하고 지진과 폭풍, 기온 변화 등에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이순신대교 덕분에 바다를 사이에 두고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광양항과 여수산업단지는 매우 가까워졌어요. 이동 거리가 60㎞에서 10㎞로, 이동 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되었죠. 이로써 물류비용이 줄어드는 등 2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 발생이 기대됩니다. 수려한 외관과 위용으로 광양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언제부터 다리를 건설하기 시작했을까요? 역사적으로 알려진 첫 다리는 기원전 약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 바빌론에 있던 아치교예요.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다리를 만들었죠. 불국사의 백운교와 청운교는 석재를 이용한 우리나라 최초 아치교입니다. 고려 충신 정몽주의 절개 정신이 담긴 개성 선죽교도 역사 속 유명한 다리이죠. 물론 다리 하면 한강 다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00년에 한강 철교가 처음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한강에는 총 31개의 다리가 세워졌어요. 한강 다리는 6·25전쟁 당시 허리가 끊어지는 아픈 상처를 겪었죠. 이후 1965년 양화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다리가 본격적으로 들어섭니다. 그러나 부실 공사와 안전 관리 소홀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했죠. 88m 높이 주탑을 세우고 강선 24개를 연결한 올림픽대교는 '24회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합니다. 이처럼 한강 다리에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죠.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도 살펴볼까요? 중국의 자오저우완 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길이가 41.58㎞나 되요. 중국 산둥성 동부 칭다오와 황다오를 연결하는 바다 위 다리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금문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대표적 현수교예요. 호주 시드니의 하버 브리지,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는 세계적 관광 명소로 꼽히지요. 세상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다리, 이처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