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파문의 수습책을 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대립하고 있는 지점에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가 있다. 당 안팎에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NL(범주체사상파)계 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막후 실세로, 이들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이번 비례대표 경선에 나선 15명의 후보 가운데 27%를 혼자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번에 배치된 것은 여성 1위가 1번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82학번인 그는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판결한 지하조직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서열 5위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다.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8·15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다. 그의 첫 일성은 "동지들, 사랑합니다"였다.

이후 그는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새로운 매체가 필요하다"며 경기동부연합의 인터넷 매체인 '민중의 소리, 정치컨설팅 업체 '씨앤피 전략그룹', 여론조사회사 '사회동향연구소'를 차례로 설립해 운영했다. 사회동향연구소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당 관심지역 여론조사를 많이 했다.

총선 나흘 전인 4월 7일에는 이 연구소가 전남 순천·곡성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문자로 대량 발송됐다. 당권파 김선동 의원이 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9.2%나 앞선다는 내용이었다. 그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는 대부분 박빙이거나 노관규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것이었다. 낙선한 노관규 후보 측은 이 문자메시지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정희 후보가 민주당 김희철 후보를 9.7% 앞선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한 일이 있다.

진보당 관계자는 "민노당 당권파는 2007년 권영길 대선후보의 홍보 전략을 비롯해 당의 일감을 이석기 당선자 회사에 몰아줬다"며 "이 당선자를 재정과 전략을 거머쥔 경기동부의 실세로 키웠다"고 전했다.

씨앤피 그룹은 민노당 지역당 기획·선전, 대학 총학생회·동아리 축제 등의 행사도 많이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민노당 당대회 결산검사보고서에는 "중앙당이 5·31 지방선거 홍보비 등 씨앤피 관련 지출 등에 공개입찰 없이 실무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거래처를 선정했다"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만든 개인 홍보 동영상 등을 보면, 그는 '통일전선' '대열' '동지' 같은 말을 즐겨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대열 확대와…" "해결책은 농민대중 자신에게 있다" "투쟁에서 승리해서 동지들의 노고와 피땀이 살아나도록 하겠다" 등이다.

그는 또 "당의 활로를 뚫는 데 필요하다면 척탄병이 되어 선두에 서겠다"며 "양당체제를 깨뜨릴 정당노선이야말로 가장 혁명적이며 옳은 노선"이라고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주사파가 자주 쓰는 표현들이다.

그의 홍보물에 쓰인 출마의 변에는 "90년대부터 동지들과 함께 본격적인 당 운동을 예비하며 각급 공직선거에 독자 후보 전술로 도전하는 등 당 운동의 초석을 다져왔다"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