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주대환(58·사진)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3일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조작사건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당권파'들이 갖고 있는 친북(親北)주의"라며 "진영(陣營) 논리로 덮어주고 감싸주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창당을 기획한 이론가 중 한 사람인 주 대표는 2004년 민노당 정책위의장 때 처음으로 당내 NL(자주파·범주체사상파) 세력의 친북 성향을 비판했던 사람이다. 2008년 민노당을 탈당하고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경남 마산갑에 출마했고, 올 초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경남 창원을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 사람들(진보당)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시작했다.
주 대표는 진보당의 선거 부정에 대해 "익숙한 일, 자주 있던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에서도 선거 부정이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얘기였다. 주 대표는 "다수파가 당권을 잡는다든지 비례대표 후보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번에는 무리를 해서 다 먹으려고 한 것 같다"며 "당권파가 지역당 사무국장이나 중앙당 당직을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견제도 안 되고 부정행위가 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드러난 진보당의 부정행위 양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게 아니다"고 했다. 다만 인터넷 투표에서 소스코드를 열어봤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며 "(진보당이) 갈 데까지 간 거지"라고 했다.
주 대표는 "다 알고 있었으면서 새삼스러운 일인 것처럼 훈수 두는 (진보 진영) 사람들이 좀 밉다"며 "정작 많은 지식인이 '다른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다른 심각한 문제'는 진보당 내의 종북·친북 성향이다. 주 대표는 "친북주의자들을 '민주세력, 진보세력'이라며 그 일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문제"라며 "그러다 보니 그들이 야권 연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금까지 온전하게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소위 '경기동부연합' 등 친북 성향 당권파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 당권파가 그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있었다"며 "그들이 광주전남연합과 손을 잡고 주류가 되면서 (민노당 내에서)화제가 됐었다. 그들도 생각(친북주의)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공식화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말은 말이라 하고 사슴은 사슴이라고 해야 한다. 자꾸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면 안 좋다"고 말했다. 친북을 친북이라 인정하지 못하는 진보 진영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주 대표는 "진보 진영에서는 그들을 주사파라든지 김일성주의자라고 부르거나 얘기하면 배신자가 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