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선수들에게 실전감각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그게 팀 스포츠라면 100배는 더하다. 아무리 혼자서 훈련을 잘해왔고 많은 연습경기를 뛰고 몸 상태가 최상이라도 실전에서 뛰지 못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생소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고 여러 모로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버겁다.

10년, 20년을 뛴 선수라도 단 몇 경기만 놓치면 우왕좌왕대기 일쑤다. 하물며 10경기 가까이 빠졌고 한 달 반을 뛰지 못한 선수라면 그 공백을 감독은 충분히 감안해줘야만 된다.

바로 30일(현지시간) 리그우승을 건 운명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전에 선발 출격한 박지성 얘기다.

퍼거슨의 애매한 전략

밥만 먹고 축구공만 차는 사람들인데 그딴 실전감각이 뭐가 대수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번이라도 축구경기를 뛰어본 사람은 대번에 안다. 동네축구도 꾸준히 뛰는 사람과 간간이 뛰는 사람은 움직임부터가 다르다.

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안 뛰다가 뛰는 사람은 자신의 기량을 채 50%도 발휘하기가 힘들다. 하물며 프로선수들인데 그 갭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우승을 향한 최적의 전략에만 눈이 먼 나머지 이 점을 간과했다.

세 개의 폐를 가진 박지성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는 부분이다. 진짜 박지성 카드를 결정적일 때 빼들 요량이었다면 그 전에 최소한 한두 번 정도는 교체출전이라도 투입시켜서 실전감각을 유지하도록 배려해야 했다.

퍼거슨은 맨시티전을 앞두고 비기기만 해도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수비위주의 전략을 짰고 미드필드에만 5명의 경험 많은 선수를 배치했다.

큰 경기에 유독 강했던 박지성이 리그기준 무려 57일 만에 선발 중용된 결정적인 배경이다.

'연습 체력'과 '실전 체력'

그러나 실전감각이 크게 떨어진 박지성은 의욕만 앞섰다. 뛴 지 얼마 못가 그 좋던 체력이 금세 고갈돼 존재감을 잃었다. 개인훈련이 그렇게 잘돼있고 컨디션이 좋다던 박지성이다.

그런데도 실전에서 뛰지 못한 체력은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임이 뼈저리게 증명된 순간이었다. 어느 타이밍에 바짝 뛰고 어느 타이밍에 체력을 안배해야 되는지 그 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경기 뒤 박지성은 영국 언론들로부터 '최악의 선수였다'느니 여러 혹평들에 시달려야 했다. 따지고 보면 본인의 잘못도 아닌데 억울하기만 하다.

전반 종료직전 결정적인 한방을 얻어맞은 퍼거슨은 그제야 패착을 깨달았는지 후반 들어 제일 먼저 박지성을 빼고 공격수 대니 웰벡을 투입해 반전을 꾀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애당초 감각이 무뎌진 박지성을 쓰지 말고 맞불작전으로 기존의 공격대형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이 맨유 팬들 사이에서 크게 맴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