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인디 1집.

"중고 음반 하나가 30만원?"

이제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거장들의 옛 음반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가수들의 앨범이 중고시장에서 액면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대부분 인디 뮤지션들이 초창기에 냈던 앨범들이다. 발매된 지 10년 안팎으로 오래되진 않았지만 일찌감치 절판돼서 희귀 음반이 돼버린 경우다.

이렇게 프리미엄이 붙는 대표적인 음반은 록밴드 '넬'의 1집이다. 음악팬들 사이에서 '넬 1집'으로 불리는 앨범은 두 종류다. 넬이 서울 홍대 앞 인디밴드 시절인 2001년 맨 처음 낸 앨범과 서태지의 인디 전문 레이블 '괴수 인디진'에 영입된 이후 처음으로 낸 앨범(2003)이다. 이를 보통 '인디 1집'과 '메이저 1집'으로 구분하는데 프리미엄이 붙는 건 2001년 에 나온 인디 1집 '리플렉션 오브(Reflection of)'다. 레코드점 향뮤직이 운영하는 중고 음반 인터넷 경매에서 30만원의 판매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보통 20만원 넘는 값에 팔린다. 정가가 1만3600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10여년 사이에 값이 2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와 함께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2006년 처음으로 낸 3곡짜리 데모음반 '봄이오면/꾸꾸꾸'의 중고 가격은 10만원 선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첫 미니앨범 '앵콜요청금지'(2007)는 4만∼6만원 선, 인디가수 이장혁의 1집(2004)은 6만∼7만원 선에 팔린다. '페퍼톤스' 데뷔앨범 'A Preview'(2004), 이아립 1집 '반도의 끝'(2005), '줄리아하트' 미니앨범 '빗방울보들'(2005), 오지은 1집 '지은'(2007), 임주연 1집 '상상'(2007) 등이 4만∼5만원 선의 높은 중고가에 팔리고 있다.

이들 인디밴드 음반들의 중고가 상승률은 서태지 같은 메이저 가수들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태지의 경우 2007년에 1만5000장 한정 발매한 15주년 기념 음반이 20만∼30만원대에 팔리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음반이 1만원대다. 향뮤직 권중일 팀장은 "한창 활동할 때 이미 앨범이 많이 팔렸고, 중간에 재발매되기도 했기 때문에 서태지 음반의 중고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인디음악 전문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의 임대진 이사는 "인디뮤지션의 앨범 제작 수량은 대개 1000∼2000장 정도로 인기 아이돌 가수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대부분 재발매 없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규모로 유통되기 때문에 중고 가격이 높아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