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친왕 이은, 일제 패망 후 게이샤 누드화 그리기에 빠져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2.04.25 03:11

    송우혜 다큐소설 '마지막 황태자' 4권 퍼내

    "일본의 패전과 제국의 멸망으로 지위·직업·재산 등 삶의 토대를 잃은 이은(李垠)은 여성의 누드화를 그리는 매우 특이한 취미생활에 빠졌다. 실제 누드모델을 앞에 두고 직접 보면서 그린 것인데, 그의 저택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고급 요정의 게이샤(일본식 고급 기생)가 모델이었다."(320쪽)

    소설가이자 사학자인 송우혜(65)씨가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1897~1970)의 생애를 다룬 장편 '마지막 황태자'(전 4권·푸른역사)의 마지막 4권인 '평민이 된 왕 이은의 천하'를 펴냈다. 치밀한 자료 조사가 밑받침된 흥미로운 다큐 소설로, 2010년 12월 '못생긴 엄 상궁의 천하' 등 3권을 나란히 출간한 후 1년 만의 완간이다. 4권에서는 영친왕 이은과 덕혜옹주 등 조선왕조의 마지막 얼굴들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가는 풍경이 쓸쓸하게 그려진다.

    마지막 황태자 이은이 1955년 그린 누드화. /푸른역사 제공
    이은의 '누드 그리기'도 그런 풍경의 한 토막. "갖고 있던 돈이 떨어지자 이은은 동산과 부동산을 하나하나 처분해가면서 무력하게 몰락해"가던 중 누드화로 눈을 돌렸다는 것. 그에게 화실(畵室)은 고급 요정, 모델은 게이샤였다.

    이은이 요정에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상을 차려놓은 채 게이샤의 누드를 그리고 있으면 부인 이방자(李方子·1901~1989)가 술값을 갖고 가서 그를 모셔가곤 했다. 현재 공개된 누드화는 1945년 작 한 점과 1955년 작 두 점. 이방자는 남편이 게이샤의 누드를 그린다는 사실을 왕족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평생 부인의 견해를 존중하면서 살아온 그가 왜 부인이 그토록 싫어하는 누드화 그리기를 계속했을까. 송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한 삶의 고통을 받아주고 위로해주는 원초적인 여성성에 대한 동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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