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사건] 최시중 "대선때 돈 쓸데 많았다"… 청와대 향한 시위?

조선일보
입력 2012.04.24 03:09

박근혜 "잘못된 부분, 예외없이 법대로 처리해야"
금품수수 의혹 나오자마자 최시중, 뜻밖의 고백
'수사 더 확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해석도
파이시티 로비 파헤치다보면 대선자금 수사 증폭될수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이 파이시티 측의 브로커로 꼽고 있는 고향 후배인 이동율씨로부터 "아무 대가성 없이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돈을 "2007년 대선 때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 차원에서 도움을 받아 본인이 알아서 대선 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썼다'는 얘기다. '개인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이명박 대선 후보와 관련해 이 돈을 썼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대선 경선과 본선에서 어디서 돈을 걷거나 받아서, 어디에 썼느냐 하는 문제는 정치권에선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치멘토의 입에서 그 정황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여권에선 최 전 위원장이 이 말을 꺼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의 돈의 용처(用處)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계좌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고, 다른 돈의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대선 자금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캠프 관계자들은 "최 전 위원장이 자금에도 상당 부분 관여했다"고들 했다.

최 전 위원장 발언은 청와대 경고 목적?

최 전 위원장은 검찰발로 자신이 파이시티 인·허가(認·許可) 과정에서 억대의 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오자 곧바로 인정하며 "내가 (2007년 무렵)쓸 곳이 좀 많았다" "받은 돈은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정권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대선 자금 관련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를 청와대와 검찰에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사재(私財)까지 털어 이 대통령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칼'을 들이대자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내부에 "대선 때 썼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기류가 있다는 질문에 "나를 보호해줘야지…"라고 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의 한 친박 측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정도는 시중의 루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액수"라며 "다음 정권에서 터질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현 정권이 컨트롤할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최 전 위원장 문제에 대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책임질 일을 (져야) 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법적으로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원장 시절, 업무보고 전에 차 한잔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008년 9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과 차를 마시고 있다. 25일 검찰 소환을 앞둔 최 전 위원장은 2004년부터 복합유통단지 사업 시행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고 이를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방통위원장 시절, 업무보고 전에 차 한잔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2008년 9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과 차를 마시고 있다. 25일 검찰 소환을 앞둔 최 전 위원장은 2004년부터 복합유통단지 사업 시행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고 이를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MB 캠프 관계자도 "최소 500억은 대선 때 썼다"

이 대통령은 그간 "기업으로부터 불법 대선 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해 왔다. 지난 대선 직후 선관위에는 374억원을 선거 비용으로 썼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캠프 핵심관계자는 23일 "최소 500억원 정도는 썼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현재 우리의 정치풍토에서는 법정선거비용 외에 불법이나 편법으로 쓴 돈이 없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지방·직능 조직은 해당 조직에서 알아서 자금을 조달·사용하는 '자급자족' 방식을 택했다. 조직 책임자가 '스폰서'를 알아서 끌어오고, 만일 그 돈이 문제가 될 경우에 대선후보에게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자금을 만들어 썼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이날 "캠프에서 돈이 필요한 경우 L 의원과 대기업을 운영했던 C 회장, 그리고 최시중 전 위원장 등 3명에게서 주로 돈을 받아 썼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도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그 무렵 내가 힘들어했다"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은 작년 3월 신고한 재산은 74억여원이다. 그가 '힘들다'고 한 부분은 개인적 생활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이처럼 캠프 자금 운영 등에서 어려움을 뜻하는 것이고,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동율씨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도움을 준 사람이 이씨 한 사람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날 "대선 자금 수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최 전 위원장) 본인이 (대선 때 썼다는) 그런 말을 했으니 소환하면 그 부분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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