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明_시각장애인 KBS 앵커 이창훈씨

    입력 : 2012.04.24 03:13

    523대 1 경쟁률 뚫고 앵커… 다양한 부서 돌며 취재 현장 배워

    장애인 일자리의 벽을 허문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씨가 스튜디오에 앉아 뉴스 진행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KBS 본관 뉴스제작팀에 들어서자 스튜디오 너머로 부드럽게 정제된 음성이 들려왔다. 이창훈(27) 앵커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의 양손은 기사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점자정보단말기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임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도, 시선도 안정돼 있었다. "5분이 금방 지나가죠?" 방송을 마친 이 앵커가 기자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뉴스 앵커로 채용된 그는 현재 KBS1TV '뉴스12'의 생활뉴스 코너를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그의 손에 들린 점자정보단말기를 신기한 듯 쳐다보자 이 앵커는 "노트북 기능과 비슷하다"며 차근차근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점자키는 키보드 역할을 하고, 9개의 원형 버튼은 방향키 역할을 한다. 그는 "갑작스레 단말기가 고장 날 때를 대비해 점자로 출력된 프린트물도 함께 준비한다"며 부연설명을 했다.

    생후 7개월,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정식으로 아나운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KBS에 최종 합격 후 3개월 만에 능숙하게 뉴스를 진행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앵커는 "혹독한 훈련"이라며 목소리를 낮춘다. 보도국 오리엔테이션 직후 그가 배치된 곳은 뉴스제작 3부. 홍수 피해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시점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속보가 어떻게 준비되는지 그때 비로소 배울 수 있었죠. 숨 가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사회2부에 배치됐을 때다. 이 앵커는 사회부 기자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장의 수사 결과 발표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 현장에서 동료 기자의 설명을 통해 취재 환경을 익혔다. 총 13개 부서를 돌아본 후 한 달 동안 신입 아나운서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방송 한 달 전, 연습 때 녹음했던 파일을 들어보던 이 앵커는 문득 불안해졌다. 긴장을 하니 평소의 안 좋은 버릇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장애인 앵커 채용 때부터 TF팀을 총괄하던 임흥순 과학재난부장은 첫 방송 20일 전부터 이 앵커만을 위한 '지옥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제 뉴스나 숫자가 많이 나오는 경제 뉴스를 계속 읽고 녹음했습니다. 정말 많이 혼났죠. 사실 그동안 자라면서 제대로 혼나본 적이 없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신뢰감을 주는 앵커로서 오랫동안 시청자 앞에 서는 것. 앵커를 꿈꾸는 다른 장애인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서는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서울신학대학교와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5년 전부터 꾸준히 시각장애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앵커를 비롯해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의 영역은 다양합니다. 차별과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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