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세계최초 성(性)전환 수술 300건 달성한 김석권 교수

입력 2012.04.22 10:55 | 수정 2012.04.22 15:28

지난 2월 22일 부산 동아대병원 본관 3층 1호 수술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性)전환(이하 남성화 수술)을 희망하는 김모(26)씨의 수술이 있었다. 김씨는 1년 전에 유방을 절제하고, 자궁과 난소 적출을 했다. 이미 ‘여성(女性)’을 상실한 그는 이날 ‘남성(男性)’을 얻었다. 팔 근육과 피부, 뼈, 신경 등을 이용해 ‘음경’을 만드는 데 12시간이 걸렸다.

이 수술을 집도(執刀)한 사람은 성형외과 김석권(金碩權) 교수다. 그는 김씨의 수술을 마침으로써 남성화 수술 집도 100건을 달성했다. 동아대에 따르면 전(全) 세계에서 의사 개인이 집도한 남성화 수술로는 최다 기록이다. 여기에 여성화 수술 200건을 더하면, 김 교수는 총 300건의 성전환 수술을 집도했다. 이 기록 또한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국내 성전환자 400여명 중 300명 집도

김 교수는 두개안면(頭蓋顔面) 성형을 전공했다. 그가 주로 하는 수술은 일명 ‘언청이’라 불리는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 반안면왜소증(半顔面矮小症), 무이증(無耳症) 등이다. 그는 비뚤어진 걸 바로잡고, 없는 걸 만들어 준다. 한마디로 ‘기형(奇形)’을 치료하는 의사다. 지금까지 총 21편의 논문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등재됐고, 연평균 330건의 성형수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그를 ‘트랜스젠더의 아버지’로 부른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는 타고난 성을 거부하고 반대되는 성을 원하는 성전환증 환자다. 성전환증 발생 빈도는 남성에서 여성은 3만명당 1명, 여성에서 남성은 10만명당 1명으로 알려져 있다.

김석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5만명당 1명꼴로 성전환증 환자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여성의 발생빈도가 남성의 8배”라며 “일본이 우리보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것에 비춰 성전환증 발생에 후천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국내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400여 명으로 추정한다”며 “그중 75%인 300명은 직접 집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후유증으로 재(再)수술한 사람까지 합하면 350여 명이 자신의 손을 거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원래 두개안면 성형을 전공했는데, 성전환 수술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1986년 제가 부산대 의대 교수로 있을 때였습니다. 진료실에 한 남자가 찾아와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관심도 없고, 모르는 분야니까 ‘도울 수 없다’며 내보냈어요. 두 달 뒤에는 여성 두 명이 왔는데, 또 ‘성전환 수술’에 대해 묻는 거예요. 얘기를 들어 보니까 이 사람들은 이미 음경과 고환을 절단하고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던 남자들이었어요. 그들은 ‘질이 없으니까 성생활도 안되고, 여자라고 못 느낀다’며 호소했어요. 그 뒤 인간적 연민이 생겨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독학으로 성전환 수술 기법 익혀

성전환증 환자를 접하고 김 교수는 외국의 논문과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성전환 수술이 유럽에선 1930년대, 미국에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몇 달 동안 공부한 끝에 김 교수는 자신의 성형외과 기법으로 성전환 수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는 자신을 찾아왔던 환자에게 연락해 국내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집도했다.

첫 수술에 성공한 김 교수는 두개안면성형술을 공부하기 위해 도미했다. UC 데이비스 의과대 성형외과 객원교수로 1년간 지내다 귀국한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집도했다. 1990년 동아대로 직장을 옮긴 김 교수는 이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남성화 수술에 성공했다.

―첫 수술 때 여자 성기는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질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신체 다른 부위에서 피부를 떼어 이식하는 피판술이 가장 기초적인 방법입니다. 피부를 자루처럼 만들어 뚫린 부분에 거꾸로 집어넣어 덮는 겁니다.”

―피판술은 부작용이 많다던데요.
“예후(豫後)를 보니까 좋지 않았어요. 질이 수축하거나 막히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원만한 성생활을 위해 12cm 깊이로 질을 만드는데, 수축이 되면 10cm 정도로 얕아지는 거예요. 환자들이 삽입성교가 불편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장기적으로 관찰하니까 80%는 막혀서 재수술을 받아야 하더라고요.”

―이식한 피부가 내부 조직이 아니어서 부작용이 생긴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여성의 질은 윤활제가 분비되는데, ‘인공 질’은 그 기능을 못하니까 내부가 건조할 수밖에 없어요. 그 상태에서 이식한 피부의 분비물과 세균이 만나면 악취가 나는 거죠. 질 끝이 썩기도 하고요. 그래서 음경과 음낭 피부를 이용했는데 모양도 좋게 나오고, 예전보다 질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역시 수축과 냄새 문제가 있었습니다.”

―2003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은 직장(直腸)의 S상결장을 이용한 질 성형술은 무엇입니까.
“직장에 S상결장이 있는데 여기에서 혈관을 유지한 채 12cm를 잘라서 질의 위치로 가져오는 겁니다. 이 방법은 질 모양이 자연스럽고 깊이와 폭이 충분해 원활한 성생활이 가능합니다. 장액(腸液)이 분비돼 자연적인 윤활작용을 하니까 윤활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어요. 냄새도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만 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된 질 성형술 중 가장 우수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술 이전에는 사정(射精)으로 쾌감을 느꼈던 남자였는데, 수술을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 성감(性感)을 느끼나요.
“초기에는 사정을 통해 오르가슴을 느낍니다. 성전환 수술을 했어도 정액(精液)을 생성하는 정낭(精囊)이 남아 있어서 흥분하면 사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고환을 제거했기 때문에 정자(精子)는 없어요. 여성호르몬을 계속 맞으면 그 영향으로 사정하지 않고, 일반 여성처럼 성감을 느낍니다. 음순(陰脣)도 음낭 표피로 만들어 성신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술 전과 같은 자극을 받지만, 성감을 좌우하는 큰 요인은 ‘감정’이죠. 자신이 여자로서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여길 때 가장 큰 쾌감을 느낄 겁니다.”


“교수님은 나를 완벽한 인어공주로 만들어 주신 분”



“지금은 가족들이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 분위기도 달라져서 트랜스젠더를 받아 주는 곳이 많아요.” 김 교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바뀐 시점을 “하리수가 데뷔한 2001년 이후”라고 말했다.

데뷔 당시 사회적 충격을 안긴 하리수씨는 트랜스젠더의 대명사가 됐는데, 그에게 ‘여성’을 준 사람도 바로 김 교수다. 1995년 당시 20살이던 ‘이경엽’(하리수의 남자 시절 본명)은 김 교수에게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하리수씨는 2007년 5월 결혼식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석권 교수님은 나를 완벽한 인어공주로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하리수가 누군지 몰랐어요. 데뷔 당시에 일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니까 제 환자가 아닌 줄 알았어요.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하리수가 이곳 환자’라고 말하니까 진료기록을 살폈습니다. 이경엽을 찾으니까 제가 수술한 환자였어요.”

―하리수씨 결혼식 주례를 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 결혼 소식을 듣고 기뻤어요.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얼마 뒤에 소속사로부터‘주례를 서 달라’는 전화를 받고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남성화 수술은 없는 걸 만들어야 하니까 더 어렵고 수술비용도 비싸겠네요.
“두 차례에 걸쳐 수술하는데, 한 팀이 하면 12~14시간이 걸리고, 두 팀이 분담하면 10~12시간 만에 끝나요. 비용은 남성·여성화 수술에 각각 3500만원, 1500만원입니다.”

―남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합니까.
“1차 수술 때는 유방을 없애고, 유두(乳頭)를 작게 만들어요. 난소와 자궁도 적출하고요. 6개월 뒤 2차 수술 때 음경을 만드는데,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아 부풀어 오른 음핵을 이용합니다. 여기에 팔 근육과 뼈, 신경, 동맥, 정맥, 피부를 떼어내 덮습니다. 신경과 혈관을 연결하기 때문에 정교함이 요구되는 수술이죠.”


인공 음경 사이즈는 발기된 한국 남성 성기의 평균값

이때 음경은 길이 11cm, 둘레 12cm의 ‘표준 사이즈’로 만든다. 이는 우리나라 남성이 발기했을 때 성기 사이즈의 평균값이다. 트랜스젠더는 성적 흥분을 해도 음경해면체(혈액이 모여 커지고 딱딱해지는 조직)가 없기 때문에 발기가 안된다. 성생활을 위해서는 발기했을 때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 줘야만 한다.
인공 음경은 뼈를 넣어서 처음에는 뻣뻣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물러진다. 이때는 뼈나 지방을 이식하거나, 보형물을 넣어 다시 딱딱하게 만든다. 고환을 넣기 위해서는 대음순으로 음낭을 만들고 보형물을 넣는 3차 수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된 음경은 비록 ‘인공물’이지만 성감은 수술 전과 같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모든 성신경이 그대로이고, 여성 성감대인 음핵이 음경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음핵이 마찰에 의해 자극을 받음으로써 쾌감도 느낄 수 있다.

“난 神의 실수를 바로잡는 것”

―성전환했던 사람 중 복원 수술을 받은 사례가 있나요.
“제 환자 중에는 없어요. 외국 사례를 보면 여자에서 남자, 남자에서 여자 그리고 여자에서 남자 등 총 3번을 성전환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성화 수술을 할 때 난소, 자궁을 적출했으니까 여성화 수술을 받아도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다른 호르몬을 맞고, 뗐다 붙였다만 하는 거죠.”

―기독교 신자로 알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성전환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 아닌가요.
“신이 창조한 걸 손대는 거니까 교리에 어긋나는 건 맞아요. 친구들이 ‘너 그러다 지옥 간다’며 농담을 건네면, 저는 ‘하나님한테 면허 받았으니까 괜찮다’고 대답해요. 저는 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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