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에일리는“무대에서 순간순간 그 느낌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방송에서 자신의 몸무게를 50㎏라며 공개했던 그는“어차피 화면 보면 다 알 텐데 숨겨서 뭐하느냐”며 웃었다.

입 풍선을 불며 어눌하지만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던 그가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무대 이야기가 나오니 "재밌다"며 절로 웃는다. 데뷔한 지 이제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가수 에일리(한국명 이예진·23)다.

그는 지난 2월 디지털 싱글 '헤븐(Heaven)'으로 데뷔해,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KBS2 '불후의 명곡2' 출연 3주 만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신예다. 그를 지칭할 땐 '신인답지 않은 대형 신인' '주눅이 들지 않는 여유로움' 등의 말이 붙는다. 대기실에서는 철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무대에만 오르면 눈빛이 변하기 때문. 패티김은 "작은 체구에도 큰 성량을 가져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했고, 이은하는 "한국의 비욘세"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만난 에일리는 "평소엔 실실대며 해맑다가도 무대에만 오르면 나도 모르게 변하는 것 같다"며 "무대가 떨리기는커녕 재밌다"고 했다.

재미동포 2세인 에일리는 데뷔 전부터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의 스타였다. 재미 삼아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영상 10여개가 총 1000만 클릭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것을 계기로 2008년 미 NBC의 유명 토크쇼 '머레이쇼'에 출연해 경연 코너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평소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심심풀이로 동영상을 올렸어요. 한 번 올리니 계속 올려달라는 리플이 달려 더 올리게 됐죠. 연습을 안 하고 부른 것도 많아요.(웃음)"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미국 음반제작자가 찾아왔지만 거부했단다. "한국을 떠나오신 부모님과 할아버지·할머니께서 항상 '넌 한국사람'이라며 집에서 무조건 한국어를 쓰도록 하셨어요. 전 한국인이니 한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었죠. K팝도 무척 좋아했고요. 교포들과 밴드를 만들어 여기저기 공연을 했고, 셀린 디온·머라이어 캐리 등의 보컬 코치인 대니 매든(Danny Madden)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0년 대학을 휴학하고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 YMC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작년 9월 MBC '가수와 연습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휘성과 함께 출연했다. 그는 "휘성 선배님이 어색한 내 발음을 교정해줬다"며 "'노래에 대해서는 문제없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해 줬다"고 했다.

에일리는 가창력을 자평해달라고 하자 "스스로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대에서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데 요즘은 너무 많이 즐기는 것 같아 문제"라고 했다.

에일리는 "'불후의 명곡2'를 통해 한국 가요계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불후의 명곡 출연 전에는 패티김, 이은하 등 선배님들을 잘 몰랐어요. 매주 녹화를 하면서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훌륭한 원곡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느낌을 잘 전달하지 못할까 늘 걱정이에요."

그는 "평상시 모습과는 다르게 무대에 오르면 돌변해서 관객을 압도하는 비욘세나 이효리 선배를 닮고 싶다"고 했다. "음악에 푹 빠져 무대의 부담감과 불안감 등을 잊고 그 순간 그 느낌을 충실히 전달하고 싶어요. 아직 한국 정서와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이나 감동을 드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