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새봄을 맞아 이달부터 '인천 월미 달빛누리 여행'이라는 시내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와 협약을 맺은 여행사를 통해 전용버스를 타고 하루 동안 차이나타운과 개항장(開港場), 월미도,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송도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이 중 중구의 개항장 일대는 인천시내 여행의 백미(白眉)라 할 곳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 뒤 우리나라에 서구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했던 인천항과 자유공원 일대. 언제 가봐도 즐겁고 '느낌'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많은 시설 가운데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연중 즐길 수 있는 '인천아트플랫폼'과 '국민 음식' 짜장면의 역사를 말해줄 '짜장면박물관', 그리고 오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릴 '인천-중국의 날' 축제를 소개한다. 이곳은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가깝기 때문에 전철을 타고 오면 교통체증이나 주차난을 피할 수 있다.

아트플랫폼 '연중 전시·공연'

인천역에서 걸어 10분쯤 가면 중구청 앞에 '인천아트플랫폼'(www. inartplatform.kr)이 기다린다. 2009년 9월 문을 연 이곳은 지은 지 수십 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넘는 옛 창고 건물 13채를 개조해 만든 '예술촌'이다. 군수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곳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거의 1년 내내 각종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지금은 40여명의 국내외 입주 작가들이 참여한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시가 지원하는 곳이라 여기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는 대부분 무료다. 하지만 수준은 높아서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하며 문화적 안목을 키우기에 좋은 곳이다.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아트플랫폼 바로 옆에는 한중문화관이 있어 함께 들러보면 좋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목적으로 2005년 문을 연 곳이다.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 등을 여러 전시물과 영상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전시관, 칭다오(靑島)·항저우(杭州)·다롄(大連) 등 인천시와 우호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8개 도시의 특산품이나 전통공예품 등을 볼 수 있는 우호도시홍보관, 중국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짜장면박물관으로 개관할‘공화춘’건물. 최초 짜장면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짜장면의 역사' 한눈에 보여줘

28일에는 국내 최초의 짜장면박물관이 문을 연다. 아트플랫폼에서 자유공원 쪽 중국인마을로 올라가면 만나는 옛 중국음식점 '공화춘(共和春)' 건물이 그것이다. 관할 중구청이 65억원을 들여 인천시 등록문화재인 이 건물을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침 자장면보다 어감(語感)이 훨씬 제격인 '짜장면'도 표준어로 결정됨에 따라 박물관 이름도 당초 계획했던 '자장면박물관'에서 '짜장면박물관'이 됐다. 사실 중국 자장면(炸醬麵)과 다른 한국의 짜장면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고증되지 않고 있다. 다만 1905년 이곳에 청요리(중국요리) 전문점을 낸 화교 우희광(于希光)씨가 개발한 것이라고 전해올 뿐이다. 어쨌든 이 박물관에서는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짜장면 이야기, 그리고 그와 얽힌 여러 사회·문화상을 유물과 모형 등으로 보여준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 모습도 재현해 놓는다.

이 박물관이 문을 여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아트플랫폼과 자유공원에서는 '인천-중국의 날 문화관광 축제'(www.inchinafestival.com)가 열린다.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한중 가수 공연, 한중 음식문화 교류전, 불꽃놀이, K-팝 춤 경연대회, 짜장면과 중국만두 빨리 먹기 대회, 중국인 노래자랑, 차이나 OX 퀴즈, 닭강정 나눔 행사 등 재미있을 듯한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외국 사신들을 맞이할 때 그 나라의 문서와 예물을 받던 의식인 '수린국서폐의(受隣國書幣儀)'를 각색·재현한 행사가 열린다. 이곳은 평소에도 주말이면 무척 붐비는 곳이라 축제가 열리면 한층 더 번잡하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