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은 줄 듯… 쟁점 법안 처리는 힘들어진다

입력 2012.04.18 03:07

'몸싸움 방지법' 살펴보니
쟁점 안건은 - 여야 동수로 조정위를 둬
3분의 2 찬성으로 채택… 野 반대땐 합의안 도출 못해
예산안 처리는 예외 - 11월 30일까지 자동상정
고의적인 議事지연 발언도 12월 1일까지만 허용
폭력 원천차단은 못해 - 형사처벌 조항은 없어
출석정지·수당삭감 징계로는 '해머·최루탄' 막기 어려워

17일 여야는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 선진화법에 합의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은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막겠다며 최루탄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터트렸다. 선진화법이 통과돼도 이런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힘들다. /노컷뉴스 제공
여야가 17일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법 개정안(몸싸움 방지법안)을 통과시키고,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함으로써 매번 되풀이돼 온 국회 폭력과 파행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여야는 작년 6월 국회 몸싸움 방지모임이 낸 안(案)을 기초로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지만, 당내 반발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10개월 가까이 처리가 미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민주통합당이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는 방안과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를 막는 안이 모두 포함돼 있다. 만성적인 국회 몸싸움과 날치기·공전 사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회 폭력·점거 행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고 의안을 상정하는 데만 최장 240일이 걸려 국회 파행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적잖다.

◇다수당의 횡포 없앤다

우선 다수당의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재적 3분의 1의 찬성이 있으면 장시간 발언으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된다. 19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의석(152석)으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의안을 처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또 쟁점 의안에 대해 상임위에 여야 동수(6인)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둬 심의하되 3분의 2의 찬성으로 합의안을 채택하도록 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합의안 도출이 힘든 구조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토록 했다.

◇소수당의 물리력 막는다

개정안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를 막기 위해 예산안과 세입예산 관련 법안은 헌법상 처리기한(12월 2일) 48시간 전인 11월 30일까지 본회의에 자동 상정토록 했다. 또 예산안 등에 대해선 필리버스터는 12월 1일까지만 허용된다. 예산안 처리 파행사태가 매년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법안 신속처리제(Fast Track)제도를 도입, 재적 5분의 3 이상 의원이 요구하는 안건에 대해선 180일 이내에 심의를 마치고 법사위에 회부토록 했다. 법사위에서도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

또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의장석·위원장석을 점거하는 등 질서문란 행위를 하거나 의원 출입을 막을 경우 3개월 출석정지나 수당(세비와 활동비) 절반·전액 삭감 징계를 받게 된다.

◇근본적 처방은 어려워

전문가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간 극한대결과 몸싸움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회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소수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해도 형사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효적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출석정지나 수당 감액 정도로는 본회의장 점거나 최루탄 투척 같은 폭력행위를 막기 힘들다"고 했다. 소수당이 징계안 자체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설 수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패스트 트랙제가 시행돼도 법안 한 건 처리에 최대 240일이 걸리는 데다, 재적 5분의 3 확보도 힘들다"고 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다수당의 강행처리가 문제가 됐는데, 앞으론 소수당이 제도적으로 법안 저지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장기간 법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식물국회가 자주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로 여야 간 충돌은 없어질지 몰라도, 쟁점 사안을 장기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예산안 자동 상정제로 인해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