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6년 만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조선일보
입력 2012.04.14 03:08

[주말을 이 사람과] '바보 엄마'서 강렬한 연기 펼치는 김현주

올해로 데뷔 16년째를 맞은 탤런트 김현주(35)는 "큰 맘 먹고 처음으로 도전에 나섰다"고 했다. 요즘 매주 토·일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하는 SBS 주말드라마 '바보 엄마'에서 패션 잡지사 최연소 편집장 '김영주'를 연기하는 그다.

드라마 속 김현주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특유의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을 거부한다. 때론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한다. 눈 화장은 진하고 의상은 과하다 싶게 화려하다. 남편(김태우)은 로스쿨 교수이고, 딸은 IQ가 200인 영재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비밀이 있다.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엄마(하희라)는 지적장애 3급이다. 남들에게 들킬까 봐 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며 살지만, 엄마가 어느 날 무작정 집으로 찾아오면서 영주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12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김현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힘들지만 즐겁다"고 했다. "항상 밝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줬잖아요. 남들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다'고 했지만, 정작 전 속으로 답답했어요. 나도 '세고 강한 것 할 수 있어!'라고 늘 생각했죠."

그러나 갈증을 풀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김현주는 "지난해 8월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마치고 작품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역시나 전부 착한 캐릭터였다. 고민하던 찰나에 '바보 엄마'를 만났다"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김현주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표정 연기도 자유자재. 지나가는 사람들이“예쁘다”고 감탄하자, 그는“데뷔할 때부터 실물이 낫단 말 많이 들었다. 화면발이 참 안 받는 편”이라며 웃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카메라 앞에서 김현주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표정 연기도 자유자재. 지나가는 사람들이“예쁘다”고 감탄하자, 그는“데뷔할 때부터 실물이 낫단 말 많이 들었다. 화면발이 참 안 받는 편”이라며 웃었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작품 초반에 진한 베드신과 불륜 등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 탓에 '막장 드라마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던 게 사실. 김현주는 "그런 요소가 있을 순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본질적으로는 서로 속마음을 미처 보여주지 못한 엄마와 딸의 얘기"라며 "그동안 막장 드라마엔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이번 드라마도 그저 그런 작품처럼 보이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감정선을 다듬어 연기하겠다"고 했다.

김현주는 "항상 반듯하고 냉정해야 하는 주인공 캐릭터를 살리느라 웃음을 터뜨리는 것조차 때론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신현준 오빠랑 연기할 때 종종 힘들었어요. 오빠가 대본에도 없던 코믹 연기를 펼치는데, 그때마다 제가 어떻게 감정선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빠에게 '부탁이니 애드리브 좀 자제해줘!'라고 했죠.(웃음)"

엄마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도 숙제였다. 김현주는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결혼도 안 한 제가 엄마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딸 '닻별'을 연기하는 서현이가 처음 절 볼 때부터 자연스럽게 '엄마…' 하고 부르는데,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오래 알고 지낸 가족 같은 느낌. 둘이 그렇게 소통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김현주는 이번 드라마에서 눈물 연기를 웬만하면 자제하고 싶다고도 했다. "흔히들 여자 주인공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우는 연기는 오히려 힘들지 않아요.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감정의 진폭을 보여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 욕심대로 드라마가 흘러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표정을 창조하고 싶죠."

"빠듯한 제작 일정 탓에 욕심 부린 만큼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김현주는 "체력만 된다면 사실 1회부터 전부 다시 찍고 싶다"며 웃었다. "매일 2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촬영하는 탓에 화면에 얼굴이 실물만큼 예쁘게 안 나오는 것도 때론 속상하고요.(웃음) 미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풀어 보려고 해요. 앞으로 멜로 장면도 많아지고, 이야기도 좀 더 절절해지니까. 진짜 연기는 이제부터겠죠."

김현주는 "이번 작품을 마치면 다시 다른 도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호러도 좋고 스릴러도 좋아요. 좁은 이미지에만 갇혀 있지 않고, 더 넓게 유연하게 움직이고 싶어요. 이제부턴 저에게서 발랄한 미소만 찾지 마시고, 제 눈빛 연기를 봐주세요."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