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악단장도 스트라디바리우스(바이올린 최고 명기) 쓴대요"

조선일보
  • 김성현 기자
    입력 2012.04.13 03:07 | 수정 2012.04.13 04:06

    북미 공연 앞둔 정명훈 "북 단원들의 정확한 연주에 우리 연주자들 다그치게 돼"

    "혹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의 악장이 어떤 악기를 쓰는지 아세요?"

    12일 서울시향의 간담회는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59)씨가 거꾸로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했다. 정 감독은 "바이올린의 최고 명기(名器)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는 걸 보고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북한 사람들이 굶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돈으로 샀겠는가. 아마도 북한 정부에서 지원해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공연에서 정 감독은 지휘봉을 잡았었다.

    이날 간담회는 15일부터 시작하는 서울시향의 북미(北美) 공연을 앞두고 열린 자리였다. 하지만 정 감독은 남북 음악 교류와 북한 음악계의 수준, 자신의 미국 유학 경험까지 주제를 한정 짓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

    정 감독은 작년 파리에서 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처음 했으며, 올해도 은하수 관현악단 단원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북한 단원들의) 기술적 수준이 높고 정확히 연주해서, 우리 단원들에게도 '적당히 하지 말고 정확히 하라'고 잔소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당시 오디션에 대해 채용 등의 조건 없이 연주 기량을 가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빈 유학파 출신의 지휘자 2명이 은하수 관현악단에서 활동하는 등 해외파 음악인이 적지 않지만, 북한 청중의 수준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지휘자 정명훈씨는 상임 작곡가 진은숙(오른쪽)씨에 대해“세계 정상급의 작곡가와 오케스트라가 협력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제공
    정 감독은 이날 옆자리에 앉은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진은숙씨에게 "남북을 주제로 신작(新作)을 위촉했지만, 워낙 바쁘기 때문인지 속 시원한 답변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씨를 세계 정상급의 작곡가라고 격찬하면서 직접 나물과 전 등을 그릇에 담아주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오는 15일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16일 미국 시애틀, 18일 산타바바라,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례로 연주한다. 시애틀은 정 감독이 8세 때 가족과 함께 이민해서 처음 정착했던 도시다. 그는 "부모님의 식당에서 부엌 일을 도왔고 새벽 신문 배달과 잔디 깎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신문을 돌리고서 나중에 구독료를 받으러 다니는 '수금'이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정 감독이 1978년 LA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를 지내면서 명(名)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사사했던 곳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일보다 중요한 건 제가 결혼을 한 도시라는 점"이라며 웃었다.

    그는 오케스트라 해외 투어에서 기업 후원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제발 내가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사진이라도 찍어달라"고 말했다. 파리 합동 공연에 대해서는 "한 사람만 빼고 다 온 것 같았다. 바로 주불(駐佛) 한국 대사였다"는 등 뼈 있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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