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이기적인 프랑스 엄마들

입력 2012.04.12 01:09

이성훈 파리 특파원
겨우내 잿빛 구름이 가득했던 파리의 하늘이 활짝 갰다. 뱅센이나 몽수리 등 시내 공원의 잔디밭은 때 이른 일광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몸이 찌뿌드드하면 더운 방바닥에 몸을 지지듯, 프랑스 사람들은 겨울 동안 움츠러든 몸을 봄 햇살에 푼다.

주말엔 가족 단위 상춘객(賞春客)들이 몰린다. 그 속에서 한국에선 조금 낯선 장면을 볼 때가 잦다. 네댓살 되는 아이들이 혼자 뛰고 뒹굴며 놀고, 옆에 있는 엄마는 책에 푹 빠져 있다. 아마도 한국이라면 행여 다치지 않을까 아이 뒤를 엄마 아빠가 졸졸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많은 프랑스 부모는 아이와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며 자신들의 시간을 만끽한다.

식사 자리에서 어느 프랑스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부모도 쉬려고 공원에 갔는데, 아이와 계속 놀아주면 오히려 더 피곤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공원에 안 가게 될 겁니다. 그냥 어린애들은 자기들끼리 놀면서 크는 거예요."

공원뿐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대형마트에서도 한국과 사뭇 다른 프랑스 부모·자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선 레스토랑에서 징징대는 아이를 찾기 어렵다. 포크 사용이 가능한 나이의 아이 입에 엄마가 음식을 떠넣어 주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얌전히 앉아 음식을 먹고, 부모는 자신들의 식사를 즐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뭘 사달라고 떼쓰는 어린애도 드물다. 그렇게 했다가는 곧장 아이의 등짝에 엄마의 손바닥이 매섭게 떨어진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기자는 그저 한국보다 아이들이 얌전하고 잘 울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를 풀어놓을 때와 휘어잡을 때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 같다. 식사 예절이나 간식 시간, 잠자는 시간 등에선 아주 엄격하다. 떼를 써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아이에게도 단호하다. 아이로부터 부모 자신의 자유와 여유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다. 반면 야외활동이나 옷을 고르는 일 등은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함께 나들이나 여행을 가는 횟수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또 아주 어릴 적부터 보육원이나 유치원에 보내 사회생활을 익히도록 한다. 그렇게 키우는 것이 자녀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부모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육(養育) 문화가 프랑스의 출산율을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의 가임(可妊)여성 1인당 출산율은 2.0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1명에 불과하다. 최근의 높은 프랑스 출산율은 이민자들이 자녀를 많이 낳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非)이민 프랑스인들의 출산율도 1.7명이나 된다. 반면 국가의 보육 지원 수준이나 정책이 프랑스보다 더 좋은 독일의 출산율은 1.4명에 불과하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일정 연령대가 될 때까지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프랑스는 부모가 육아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에게 덜 지운다.

이렇게 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획기적인 보육 정책뿐 아니라 부모들의 양육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때로는 엄마의 이기심이 아이에게 더 큰 사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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