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경기도 수원시 주택가에서 납치 살해된 28세 여성 근로자의 휴대전화가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와 연결됐던 시간은 1분 20초가 아니라 그보다 4배 이상 긴 7분 36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5일 80초간의 112 전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는 말로 통화가 끝났다고 설명했으나, 여성의 휴대전화는 그 후에도 6분 16초간 112센터와 연결돼 있었다. 그 시간 피해자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라고 목숨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소리와 "악, 악" 하는 비명이 그대로 112센터에 전해졌다. 피해 여성을 결박하는 접착 테이프를 뜯거나 찢을 때 나는 소리도 들렸고, '아파, 아~ 가운뎃손가락' 하는 비명도 들렸다. 피해자가 생사(生死)의 경계선을 오가던 이 절체절명의 순간 경찰은 '지동초등학교와 못골놀이터 사이'라는 피해자 신고를 듣고도 "주소가 어떻게 되죠"라는 넋 빠진 소리를 반복한다. 한 112센터 근무자가 피해자 비명을 들으며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어이없는 말을 하는 것도 녹음돼 있다.

피해 여성은 범인이 잠시 자리를 뜨자 방문을 잠그고 경찰과 통화하다 범인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이닥치자 일부러 휴대전화를 켜둔 채 방바닥에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자기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피해자의 실낱같은 기대조차 배반했다.

한 언론이 범행 장소 주변 반경(半徑) 300m 이내 137개 상가와 주택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 중 133곳에선 112 신고 직후에 경찰이 온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처음엔 순찰차 2대와 형사 5명만 현장에 보냈고 3시간쯤 뒤에야 10명을 증원했으며, 강력팀 형사 35명 전원이 투입된 것은 다음 날 오전 6시 50분쯤이었다. 담당 형사과장은 2일 자정 보고를 받고도 이튿날 아침 9시쯤 현장에 나타났고, 경찰서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을 잤다. 뒤늦게 탐문에 나선 경찰이 한 일이라곤 불 꺼진 집은 빼고 불이 켜진 집 창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는 정도다.

피해 여성은 휴대전화 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며 한 달 수입 170만~180만원으로 아버지 카드 빚을 갚고 어머니·남동생에게 용돈 10만~20만원씩 주던 비정규직 근로자다. 피해자 언니는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고 집집마다 문을 두들겼으면 시신 훼손만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흉악범보다 무서운 건 무능하고 거짓말하는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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