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캅(불법복제물 자동 추적 컴퓨터 시스템)' 돌리자… 불법복제물 10만개 바로 들통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입력 2012.04.04 03:12

    저작권보호센터의 '소리 없는 전쟁' 현장
    130여개 웹하드·P2P 검색 - 이름바꾼 파일도 일일이 확인, 불법 확인땐 삭제요구 공문
    카페·블로그엔 위장잠입도… 거리판매는 실버감시원 투입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저작권보호센터. 겉으로 보면 직원 100여명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사무실이었지만, 이곳에선 불법 복제물과의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이성환 기술연구팀장이 건물 10층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불법 복제물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시스템 '아이캅'(ICOP·Illegal Copyright Obstruction Program)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자 같은 건물 4층에 있던 아이캅 서버에 초록불이 세차게 깜빡였다. 이 팀장 앞 모니터에는 아이캅이 자동으로 국내 130여개의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 접속, 게시물들을 검색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팝업창에는 불법 복제됐을 가능성이 큰 2AM의 '최고의 사랑', 백지영의 '한참 지나서' MP3 파일과 '옥탑방 왕세자' '사랑비' 등의 드라마 동영상 파일 목록이 떴다. 이 팀장은 "이런 식으로 적발하는 불법 복제물만 하루 평균 10여만 점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산하인 저작권보호센터가 불법 복제물을 적발하는 방식은 크게 나눠 ①아이캅을 이용하는 방법 ②모니터링 요원을 활용하는 방법 ③오프라인 현장 단속 등 세 가지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이캅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아이캅은 저작권보호센터가 200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불법 복제물 자동 인식 시스템. 대당 한꺼번에 10개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서버 89개를 갖춘 아이캅을 개발하는 데 5년간 40여억원이 투자됐다. 일본·터키·인도 등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아이캅은 매일 130여개의 국내 웹하드·P2P 사이트 등을 자동으로 검색해 불법 음원일 가능성이 큰 게시물을 추적한다. 아이캅이 의심 가는 목록을 모으면 센터 직원은 아이캅 시스템 검색창에 이 콘텐츠의 제목을 쳐넣어 저작권 보호 대상인지 아닌지를 가려낸다. 센터 직원 유모(32)씨는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아이캅이 수집한 목록 2만개 정도를 확인한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꿔서 올리거나, 파일을 압축을 해 올리는 일이 많아 더 유심히 본다"고 했다. 가령 영화 '러시 아워'와 '해운대'의 불법 복제물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러시아', '광안리'라고 속여 올리곤 한다는 것. 또 '이달의 히트 음악'이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불법 가요 음원을 올리는 예도 있다고 한다.

    수집한 콘텐츠가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판별되면 아이캅은 해당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아 자동으로 원본과 비교·분석한다. 이성환 팀장은 "음악 파일의 경우 해당 콘텐츠 전체 중 7초 정도를, 동영상의 경우 20초 정도를 샘플링해 원본과 비교, 복제본이 맞는지를 확인한다"며 "불법 복제물로 확인되면 아이캅이 해당 사이트에 자동으로 삭제 요구 공문을 발송한다"고 했다.

    저작권보호센터 불법저작물 단속반원이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불법 복제된 영화 DVD를 단속하고 있다. 오른쪽 위는 아이캅을 이용해 웹하드에 올라온 불법 음원을 단속하는 장면, 아래는 지하철 역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불법 복제물들. /저작권보호센터 제공·김성민 기자
    아이캅이 단속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람이 직접 관리한다.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재택(在宅) 모니터링 요원 100명이 포털과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사이트 270개를 단속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걸러내는 불법 복제물 수만 해도 1인당 4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센터는 제한된 회원들에게만 공개되는 인터넷 포털이나 블로그, 카페에 '위장잠입'해 불법 복제물을 적발하기 위해 100여개의 수사용 ID도 만들었다. 2년째 재택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는 신용순(42)씨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운영자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정 등급 이상의 사용자만 불법 복제물을 볼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높은 등급을 따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밌는 사진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역이나 종로·명동 등에서 불법 복제물을 파는 사람들은 60세 이상 노인들의 '눈길'을 조심해야 할 듯싶다. 센터가 올 1월부터 60세 이상 실버감시원 20명을 '현장 제보 요원'으로 투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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