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가 또 다른 고민을 안게됐다. 바로 1루 수비다.
당초 이대호의 1루 수비에 대해 큰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큰 체구에 비해 잽싼 움직임으로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는 핫코너인 3루 수비까지 봤던 이대호. 게다가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는 주전 1루수로 출전했기에 수비 적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었다. 참고로 이대호의 지난해 실책 숫자는 4개로 다른 1루수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이대호는 개막 후 두 경기 연속으로 수비불안을 드러냈다. 30일 소프트뱅크와의 개막전에서 이대호는 2회 윌리 모 페냐의 1루수 강습 타구를 뒤로 놓쳐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에 31일 경기 전 오릭스 구단 관계자는 "잡아줄 수 있는 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거기에 두 차례 원 바운드 송구를 뒤로 놓치기도 했었다. 2회 주자를 1루에 놓고 내야 땅볼이 나와 병살 유도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대호는 유격수의 원 바운드 송구를 뒤로 놓쳐 주자를 2루까지 보내줬다. 비록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고 또한 병살 상황이었기에 실책이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대목. 또한 7회 2사 후 우치카와의 3루땅볼 때 또 송구를 뒤로 빠트렸다.
31일 경기에선 결정적인 송구 실책을 범했다. 1-0으로 앞선 4회말 오릭스는 아카시 켄지에 중전안타를 맞고 곧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했다. 여기서 오릭스 선발 나카야마 신야는 우치카와에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이대호는 송구를 받아 타자주자를 아웃처리했다. 동시에 2루 주자 아카시는 3루로 뛰기 시작했고, 이대호는 3루로 공을 뿌렸으나 악송구가 나오고 말았다.
3루수 발디리스가 점프하며 글러브를 뻗어 봤지만, 이대호의 송구는 3루측 관중석에 들어가고 말았다. 3루주자 아카시는 투 베이스 안전진루권을 얻어 홈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동점을 허용하는 뼈아픈 이대호의 실책이었다.
그렇다면 이대호에 수비에 대해 오릭스 팀 내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대호 영입작업에 관여했던 나카무라 준 외국인 영입과장은 "이대호는 훌륭한 수비수다. 체구에 비해 순발력이 뛰어나고 어깨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30일) 이대호가 수비에서 부진한 건 운이 없었다고 본다. 원 바운드된 송구가 마침 그라운드 흙과 인조잔디의 경계선에 맞아서 불규칙 바운드가 나온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카무라 과장은 웃으며 "그래도 이대호는 체구가 커서 팀 내야수들이 송구할 때 편해서 좋다고 하더라. 지금은 시즌 개막이라 긴장해서 실책이 나오는 것 같다. 긴장감을 풀고 수비에 임한다면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이대호는 타격과 수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한다. 수비 경쟁에서 밀려나 지명타자로 가면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자연히 팀내 입지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 한창 일본무대 적응단계에 있는 이대호가 또 한 가지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