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결혼식 만큼이나 젊은이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게 정말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울고 웃고 축제처럼 결혼하는 '개성 만점 결혼식'이었다. '100쌍 캠페인'에 들어온 예비신부 한결(25)씨의 이메일은 유쾌하고 상큼했다.

"결혼식장에 우리가 함께 그린 그림을 전시할 거예요. 바이올린과 피아노 대신 기타와 드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꽃 장식은 필요 없죠. 숨도 못 쉬는 신부 화장과 드레스 대신 발랄한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을 거예요. 이런 결혼식에 300~400명의 하객이 필요할까요? 직접 전화를 걸어 친한 사람들만 초대할 거예요. 신혼여행요? 우리는 결혼식보다 신혼여행지를 먼저 정했어요. 아이슬란드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단기 봉사활동에 참여할 거예요."

한씨는 홈쇼핑회사 인도 지사에 근무하면서, 국내 의류회사에 다니는 동갑내기 회사원 이시우(25)씨와 원거리 연애를 했다. 중학교 때 둘 다 부모가 중국 상하이에 근무해 이웃집에 살았다. 한씨 아버지는 선교사, 이씨 아버지는 기업 주재원이었다.

이후 각자 학교 다니느라 헤어졌다가 1년 전 인터넷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다시 만났다. 한씨는 프랑스 파리, 이씨는 중국 베이징에 유학 중이었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쩌면 나와 이렇게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깜짝 놀랐다. 한씨가 "광장에서 비둘기가 날지 않고 주저앉아 땅에 떨어진 음식 먹는 걸 보고 '나는?' 하고 위기감이 들었다"고 쓰면 이씨가 "그래, 가진 것 없어도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자"고 답하는 식이었다.

예비부부 이시우(왼쪽)씨와 한결씨가 지난해 인도를 여행하며 함께 찍은 사진. 두 사람은“가까운 분들만 모시고 개성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며‘100쌍 캠페인’에 참여했다.

결혼을 약속한 뒤 "흔히 하는 결혼식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한씨는 "결혼은 삶에서 닥치는 여러 전환점 중 하나"라면서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약속'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드레스를 입고 무슨 꽃을 장식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결혼식을 의미있게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이 가요. 신혼여행을 봉사활동으로 대신하자고 한 것도 그래서고요. 저희 결혼식은 단순히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는 자리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고,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는 자리가 될 거예요."

한씨는 "사람마다 각각 사연이 다르고 목표가 다른데 다들 똑같이 결혼식을 치르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예비부부가 개성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하자, 양가 부모도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남들 눈 의식하지 말라고 가르치신 점이에요. '어떻게 보일까' 말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개성 있게 결혼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서 우리가 부모님 나이가 됐을 때는 결혼식 다니는 재미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시리즈 1부]

[-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시리즈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