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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최세희 옮김|다산책방|268쪽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바로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갔다. 2부 마지막에 포함된 두 번의 반전(反轉) 때문에 무심코 흘려 읽었던 1부의 각 장면을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암시와 복선은 마치 추리와 스릴러를 읽는 듯 흥미진진한데, 더 여운이 깊은 대목은 이 작품의 주제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가감(加減)하고 윤색(潤色)하는가.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허술한 토대 위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인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두 번의 반전 끝에 보여주는 결말은 "누가 범인이냐"의 카타르시스가 아니다. 기억과 윤리의 심리스릴러라는 호명이 어울릴 이 장편은 현실주의라는 미명하에 타협했던 당신의 지난 인생을 성찰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 매혹적인 여행이다.

줄리언 반스.

60대가 된 토니에게 느닷없이 유언장 한 통이 날아든다. 20대 시절 잠시 사귀었던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 포드 여사의 유언이다. 500파운드의 현금과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남기겠다는 것. 에이드리언은 40년 전 스스로 동맥을 끊어 생을 마감했던 토니의 친구다. 베로니카와의 인연이 끝난 뒤 자신이 사귀어도 되냐는 편지를 토니에게 보낸 적이 있다. 학창 시절부터 빼어난 철학적 재능을 보이며 케임브리지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에이드리언은 자살 이유를 이렇게 남겼다. "삶은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만약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 토니는 궁금하다. 왜 포드 여사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난데없는 500파운드는 무엇인가.

장르적 기법으로 빈틈없이 아귀를 맞춘 이 길지 않은 장편소설은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작. 영연방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영국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줄리안 반스(66)가 3전4기 도전 끝에 받아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의 조급함으로 데뷔작 수상의 영예를 안은 뒤 잊혀진 작가도 있고, 심사위원들의 게으름 탓에 뒤늦게 태작으로 수상하는 작가도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명망 있는 작가가 받아야 할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모범 사례다.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